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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보다 치명적이었던 오렌지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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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10월 오크통에 몸을 싣고 53m 높이의 나이아가라폭포에 뛰어든 희대의 여성 익스트림 스포츠인 애니 테일러(Annie Taylor, 1838~1921)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가 만 63세 생일 이벤트로 목숨 건 모험을 감행한 까닭은 노년의 쪼들림을 모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도 '다시 하라면 차라리 대포의 포신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을 만큼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일이었다.
테일러의 충고를 도발로 받아들인 이가 있었다. 잉글랜드 콘월 출신의 미국 이민자로, 서커스 스턴트맨으로 이름을 날리던 바비 리치(Bobby Leach, 1858~1926.4.26)였다. 나이아가라강 고도 63m의 허니문브리지에서 낙하산으로 뛰어내리는 이벤트, 비행기에 매달린 밧줄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묘기 등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만 53세이던 1911년 7월 테일러가 선택한 나이아가라폭포의 똑같은 지점(Horseshoe Falls)에서 역시 특수 제작한 오크통을 타고 폭포에 뛰어들었다.
테일러를 압도하기 위해 그는 테일러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오크통 내부를 감쌌던 솜 보호막 등 완충 장비를 최소화한 사실을 자랑 삼았다. 그는 목숨은 건졌지만, 두 무릎뼈와 다수의 갈비뼈, 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5개월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모험담을 팔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전역을 누볐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모험가의 삶보다 어이없는 죽음으로 더 회자되는 비운을 맞았다. 1926년 2월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토크 투어'를 나섰다가 숙소에서 오렌지 껍질을 밟고 넘어졌고, 뼈 염증이 괴저로 악화하는 바람에 다리를 절단했고, 수술 감염 합병증으로 사고 두 달여 만에 숨진 거였다.
당시 미국의 한 매체는 그의 부고에 이렇게 썼다. "나이아가라폭포의 높이에서도 목숨을 지켜준 그의 운명은 고작 그의 키 높이에서는 그를 구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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