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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오류는 영원하다

입력
2021.04.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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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사고인가 테러인가를 두고 설이 엇갈렸던 2004년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참사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고인가 테러인가를 두고 설이 엇갈렸던 2004년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참사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든 오류는 영원하다." '뉴요커' 전속 필자 존 맥피의 책 '네 번째 원고'에 나오는 이 말은, 잡지사 '팩트 체커(fact checker)'들의 역할을 부각한 말이다. 그의 논픽션 원고에 담긴 전문가의 진술 일부가 과연 사실인지 근 한 달간 확인한 한 팩트 체커의 일화가 이 책에 등장한다.

2차대전 미국 비밀 핵개발계획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핵연료를 생산하던 워싱턴주의 한 비밀 연구소의 지도자급 물리학자가 자기도 전해 들었다며 맥피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1944~1945년 겨울, 일본이 날려 보낸 대형 소이탄 풍선 중 하나가 태평양을 건너 연구소까지 날아와 터지면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는 것.

전시 일본이 혼슈 해안에서 지름 9m짜리 '후센바쿠단(풍선폭탄)' 9,000여 개를 제트기류에 실어 미국 쪽으로 날려 보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연구소 존재 자체가 극비였고 사고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맥피는 이 근사한 '땔감'을 최종 원고에 넣었다. 사실 확인 책임, 내용의 삭제 여부를 결정할 책임을 '직업적 회의주의자'인 담당 팩트 체커에게 넘긴 거였다.

근 한 달간 씨름하던 팩트 체커는 원고를 인쇄소에 넘기기 직전, 당시 원자로 현장소장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은퇴 후 플로리다에 살던 소장은 마침 한 쇼핑몰에 있었다. 팩트 체커는 현지 경찰관의 도움까지 받아 공중전화로 소장과 통화, 풍선이 원자로 건물이 아니라 전력공급선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속보를 중시하는 신문, 방송과 잡지를 단순 비교할 순 없고, 뉴요커쯤 되는 매체와 한국 언론의 신뢰성을 양팔저울에 올리는 건 우스운 일이겠지만, 어쨌건 언론의 신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2004년 4월 22일, 북한 평안북도 용천군 용천역에서 대규모 열차폭발사고가 일어났고, 한국 언론은 늘 그랬듯 '소식통'에 따른 사뭇 엇갈리는 오보들을 쏟아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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