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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길막' 사태, 승리호라도 보내야 하나

입력
2021.04.19 19:00
25면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스타링크 위성들의 궤도 ⓒStarlink

스타링크 위성들의 궤도 ⓒStarlink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이집트의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되어 자그마치 6일 동안이나 바닷길이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운하 중간에서 가로로 멈춰선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 폭 59m, 22만 톤 규모로, 세로로 세우면 에펠탑보다 높다. 이번 사태로 시간당 약 4,500억 원 규모의 물류 수송 지연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다.

우주에서도 이런 소위 길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때문이다. ‘우주 인터넷’으로도 불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이 좋은 점은, 기존의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보다 시간 지연이 매우 짧으므로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정지궤도 위성통신의 시간 지연은 0.5초지만, 저궤도 위성통신의 시간 지연은 0.025초로, LTE의 0.02초 시간 지연과 유사한 정도다. 이는 지상에서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저궤도이기 때문에 전파의 왕복 시간이 짧아지는 데 기인한 것이다.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4만2,000개의 위성을 550㎞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이미 1,370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았다. 영국 기업인 원웹은 현재 146개의 위성을 올려놓았고, 내년까지 648개의 위성을 1,200㎞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도 3,000개의 저궤도 위성으로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시장이 2040년까지 연평균 3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예측하는 근거는, 아직도 광통신망 기반의 통신서비스가 도달하지 못한 지역이 지구상에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78억 중 36억 명은 여전히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저궤도 인터넷 시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무선 데이터 통신량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자동차나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24시간 내내 끊김 없는 데이터 통신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고, 현재 가용 통신 용량으로는 모든 지역을 커버하기가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위성이 이렇게 많아진다니, 충돌 위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저궤도 위성들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과 원웹 위성이 거의 충돌할 뻔한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다. 두 위성은 우주에서 58m까지 접근해서 충돌 위험이 1.3%에 달하면서 적색경보를 받았다. 원웹 위성이 적절하게 회피 기동을 해서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다. 만일 실제로 충돌했더라면 수백 개의 파편이 만들어지면서 비슷한 궤도를 지나는 다른 많은 위성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진정한 길막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현재 위성 운영자에게 충돌 가능성이 있는 위성의 궤도를 조정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충돌 경보를 받은 원웹과 스타링크 팀은 서로 안전거리 확보 방안을 협의했으며, 결과적으로 원웹 위성이 궤도를 조정하고, 스타링크 위성의 충돌 회피 시스템은 작동을 일시 멈추고 대기하도록 했다. 위성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는 서로 안전하게 통로를 확보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승리호같이 능동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청소부 위성을 서둘러 우주로 보내야 할 것이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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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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