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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이번엔 중국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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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중국 외교부가 16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에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월 11일까지 무조건 철군을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테러 문제 해결 없는 철군은 주변국 불안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란 비판이다. 다소 뜬금없는 중국 반응은 적어도 아프간에서 힘의 공백이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미군 철군 발표에 맞춰 중국의 평화유지군 파견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테러와의 전쟁’ 때 미중은 손을 맞잡았다. 그 대가로 미국은 위구르족 무장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테러단체로 지정했고, 중국은 위구르족을 테러범으로 탄압했다. 전쟁이 끝나가고 양국 관계가 냉랭해지자 모든 게 바뀌었다. 미국은 작년 11월 테러조직 명단에서 ETIM을 삭제, 이들의 중국 테러를 묵인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한 달 뒤에는 아프간에서 위구르족 활동을 감시해온 중국 간첩 10명이 체포됐고,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했다.
□ 미군이 떠난 아프간은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해 다시 '테러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은 없다. 주변국 누구보다 이런 아프간 상황에 예민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족들이 아프간 탈레반, 알카에다에서 훈련받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니파인 위구르족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권리, 정통성, 종교를 탄압한다며 지하드(성전)를 선언한 상태다. 중국은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아프간 국경지대에 군 기지까지 설치했다.
□ 19세기 이래 ‘그레이트 게임’이 반복돼온 아프간은 제국들의 수렁이었다. 소련에 이어 미국이 2조 달러의 비용과 상처만 남긴 채 20년 만에 철군을 선언했다. 이로 인한 힘의 공백으로 중앙아시아에서 혼란의 게임이 다시 시작된 모습이다. 이번엔 미중은 물론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까지 이해가 달라 훨씬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프간의 혼란이 누구를 수렁에 빠뜨릴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이 주목 받는 건 사실이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 무자헤딘을 지원했던 미국은 이미 무장 위구르족이 움직일 공간을 슬쩍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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