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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을 원해, 죽여!" 미얀마 새해 첫날에도 계속된 軍 만행

입력
2021.04.18 15:15
수정
2021.04.18 15:3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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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 실린 시신 데려가려는 시민에 총질?
2만3,000명 사면… 시위 관련자는 없어?
쿠데타 주역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소식에?
"미얀마 모독" "최고살인자" "국제법정 세워야"


미얀마 군경이 17일 모곡에서 총탄에 맞은 시민 두 명을 수레에 싣고 이동하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미얀마 군경이 17일 모곡에서 총탄에 맞은 시민 두 명을 수레에 싣고 이동하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5명을 원해. 듣고 있나, 그들이 죽길 원한다고."
"예."


17일 미얀마 만달레이주(州) 모곡의 시위 현장 동영상에 담긴 군인들의 대화다. 실제 군경의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민 2명을 군경이 수레에 싣고 가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미얀마 불교력으로 새해 첫날인 이날도 군부는 만행을 그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사면 등 실속 없는 유화 제스처를 선보였다.

18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국민통합정부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모곡 지역 주민들이 약 45분 뒤 집회를 해산하는 와중에 군경이 발포했다. 40대 후반 남성은 총탄 두 발을 맞고 즉사했다.

'카친독립군(KIA)을 환영한다'는 도로 위 대형 문구. 이라와디 캡처

'카친독립군(KIA)을 환영한다'는 도로 위 대형 문구. 이라와디 캡처

경찰이 2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을 수레에 싣고 가는 모습과 한 남성이 다리에 총을 맞고 사력을 다해 몸을 피하는 장면이 주민들이 찍은 영상에 담겼다. 한 주민은 "수레에 실린 1명은 머리에, 다른 1명은 복부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며 "군인들은 시신을 데려가려는 시민들에게도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총성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주민들은 "150명 넘는 군인이 마을 곳곳에서 총을 쐈다"고 말했다.

주도(州都) 만달레이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모곡은 세계 최대 루비 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쿠데타 초기부터 반(反)군부 시위에 적극 참여했고, 미얀마 군으로부터 승리를 거둔 카친독립군(KIA)을 지지했다. 청년들은 16일 'KIA를 환영한다'는 대형 문구를 도로 표면에 적기도 했다. KIA와 미얀마 군 간 충돌은 최근 모곡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사면으로 17일 풀려난 남성이 가족과 재회했다. 양곤=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사면으로 17일 풀려난 남성이 가족과 재회했다. 양곤=AP 연합뉴스

새해 첫날 군부는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고, 쿠데타 주역의 국제무대 첫 등장을 예고했다. 사면 대상자는 외국인 130여명 포함 2만3,000명 이상이다. 최소 3명의 정치범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쿠데타 이전에 투옥된 사람들이다.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에 체포된 인원은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가 집계한 숫자만 3,100명이 넘는다. 약 80명의 의사는 지명 수배 목록에 올랐고, 온라인 유명인(인플루언서)과 언론인 등 380명은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 네피도=AFP 연합뉴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 네피도=AFP 연합뉴스

같은 날 태국 외교부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단체와 국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고살인자의 정상회의 참석은 미얀마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아세안의 수치이다" "정상회의가 아니라 헤이그 국제 전범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간 아세안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정상회의가 자칫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정당성만 변명하는 자리로 변질될 우려도 높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민들이 17일 미얀마 국민과 연대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자카르타 도심에서 열린 '미얀마를 위한 자전거' 행사에 참석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민들이 17일 미얀마 국민과 연대 의미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자카르타 도심에서 열린 '미얀마를 위한 자전거' 행사에 참석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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