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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도 없고 '말빨'도 안 먹히는 중대본… '방역 컨트롤타워의 위기'

입력
2021.04.16 18: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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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덮쳐 오면서 오래 누적된 방역 피로감은 커져 가고, 초기 백신 수급 전략 착오 때문에 백신 접종 일정까지 휘청이면서 방역 컨트롤타워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에 반기를 든 데 이어 여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불쑥 '별도 백신 도입 추진' 카드를 내밀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유행상황이 길어지고, 정치적 고려사항이 많아지면서 대응체계가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청와대에 '방역기획관' 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새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오는 만큼 컨트롤타워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공급과 예방접종은 중앙부처에서 전국적으로 통합적으로 실시하는 사무"라며 "지자체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이 지사가 도의회에 출석해 "다른 나라들이 개발, 접종하고 있는 백신을 경기도라도 독자적으로라도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깜짝 발언을 한 데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응답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역 피로감' 등에 업은 지자체... 힘 빠진 중대본

'깜짝 카드'를 던진 건 경기도가 처음은 아니다. 시작은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오 시장은 '서울형 상생방역'을 내걸고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영업시간 제한을 조정해 유흥업소 등의 운영시간 제한을 풀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정확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 결과만 믿고 방역수위를 조절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기존 중앙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확진자 수가 줄면 점심시간만이라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3차 대유행을 진정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규정인데도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런 제안을 했다. 손영래 반장은 이에 대해서도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손 반장은 "지자체장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데, 이를 중대본과의 갈등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자체적으로 영업제한 시간을 풀었던 대구시에 대해 중대본이 곧바로 경고하면서 철회시켰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방역 피로감과 저항이 워낙 크다 보니 중대본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대선으로 정치적 고려 더 많아질 것" 우려

중대본과 지자체 갈등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데에는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선거 등 정치적 이슈로 방역에 정치적 고려가 많아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앞으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내년 3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있어서다. 1기 생활방역위원회에 참여했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K방역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초창기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협의와 결정에 권위가 있었지만, 백신 수급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이게 흔들리고 있다"며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정치적 고려사항이 더 많아질 것이고, 이 때문에 컨트롤타워 역할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감염병 전문가를 중심으로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들 자기정치에 여념이 없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며 "감염병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과학적 판단을 통해 대책을 수립해 이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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