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를 닮은 할미꽃

입력
2021.04.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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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홍천의 한 야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리 외할머니의 모습을 닮은 할미꽃이 따스한 양지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 홍천의 한 야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우리 외할머니의 모습을 닮은 할미꽃이 따스한 양지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우리 외할머니를 닮은 할미꽃이 전날 내린 비에 젖어있다.

우리 외할머니를 닮은 할미꽃이 전날 내린 비에 젖어있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발을 풀어헤치고 허리가 굽어 할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할미꽃. 이 꽃은 4, 5월이면 양지바른 언덕이나 무덤가에 자주 피는데 요즘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 주말 홍천의 한 야산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이곳에선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꽃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 순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장사를 하느라 바빠 외할머니가 부산으로 와서 천방지축인 우리 3형제를 보살폈다. 매일 삼시 세끼에 빨래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던 외할머니는 우리가 철이 들 무렵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셨다.

내가 기억하는 외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짧은 백발에 대청마루에서 햇볕을 쐬고 있던 어느 봄날이다. 외할머니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에게 “누구여”라고 물으며 안 보이는 눈을 비비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몇 번이나 이름을 말하자 정신이 돌아왔는지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바야흐로 봄이 절정이다. 날씨는 포근해졌고 산에는 철쭉을 비롯해 볼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언덕길을 오를 때 조금만 더 머리를 숙여 찬찬히 둘러보자. 어디선가 여러분의 할머니를 닮은 할미꽃들이 인사를 건네며 정답게 맞아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외진 곳에서 외롭게 피는 할미꽃이 홍천 한 야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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