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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협력도 소용없다…갈등만 커진 美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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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지구촌 공통 관심사인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도 끝내 손을 맞잡지 못했다.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가 중국 상하이까지 날아갔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17일 다음 행선지인 한국으로 건너온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급 인사의 첫 방중 치고는 머쓱한 결과다. 같은 시기 미 비공식 대표단이 대만에 간 것도 화근이었다. 중국은 케리 특사를 맞이하고도 대만 문제로 미국을 비난했고, 미중 사이는 더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안 가느니만 못한 꼴이 됐다.
케리 특사는 15,16일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회담을 가졌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냈던 ‘기후변화 정상회의’ 초대장에 대한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의제를 기후변화 문제로만 한정했음에도 파리기후변화협약 참여국이 의무 제출해야 하는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치와 관련해 중국 측 계획도 듣지 못했다. 향후에도 중국이 금세 내놓을 것 같진 않다. 22,23일 40개국 정상들을 모아놓고 화상 회의를 주재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로 망가진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되찾으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도 점점 어그러져 가는 모양새다.
나아가 중국은 유럽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논의에 동참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16일 화상으로 ‘3자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했다. 심지어 이 사실을 케리 특사가 상하이에 머무는 와중에 대놓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 초청에 응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케리 특사에겐 모욕적인 상황이 됐다”고 짚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도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대면 협상을 하는 게 아무 접촉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현재 미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기후변화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지적은 아니다. 케리 특사와 동시에 대만을 방문한 미 대표단은 떠들썩한 행보로 중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15일 대표단과의 만남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고, 부총통부터 외교ㆍ안보ㆍ통상 등 정부 고위직이 총출동해 만찬을 대접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의 초당적 대만 지지”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미국에 적극 협력하겠다”고까지 약속했다. 이제 중국 눈치는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ㆍ영토,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있다”며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가는 대만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무력 시위에도 나섰다. 중국 해사국은 20일까지 대만해협과 가까운 남중국해 난펑열도에서 실사격 훈련을 한다. 난펑열도는 국공 내전이 끝난 1952년 당시 중국군과 대만군 간에 벌어진 국지전으로 양측에서 수백명이 전사한 곳이다.
중국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중국 신장 소수민족 인권유린 문제, 대만 문제, 홍콩 보안법과 선거제도 개편, 중국 통신기술 패권주의 등을 논의하며 중국 견제에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관영 매체를 통해 “경기부양이 필요한 일본이 중국과 반대 입장을 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일찌감치 경고장을 날렸던 중국이 조만간 보복 조치를 내놓지 않을 리 없다. 미중 관계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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