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별위 "세월호 항적 두고 누군가 거짓말하고 있다"

입력
2021.04.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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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우 사참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
"해수부, 참사 지점 6㎞ 떨어진 곳을 항적으로 찍어"
"조사 대상 해경이 초동수사, 수사 설계부터 잘못돼"

박병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 현황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조사 결과 및 현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병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 현황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조사 결과 및 현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가 7주기를 맞은 가운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최초 항적(선박이 지나간 자취)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설명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두고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7년이 됐지만, 관련 부처의 비협조로 진상 규명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참사 초기 조사 대상인 해양경찰청이 수사 주체가 된 게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은 1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15일 KBS라디오 주진우라이브에 출연해 "해양수산부에서 최초 사고 지점을 찍어 놓은 데가 실제로 배가 사고가 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과 너무 떨어진 엉뚱한 장소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국장은 해수부가 참사 지점과 6㎞ 떨어진 곳을 항적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GPS로 자기 정보를 보내는 걸 보고 가는 건데 6㎞ 떨어진 지점을 찍었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작년 12월 이를 발표했을 때 해수부는 본인들 잘못이 전혀 없다, 제주 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받은 걸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수부가 시스템의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인정하면 되는데 오히려 사참위가 착각해서 실수했다는 쪽으로 말했다"며 "(초기에) 정확하게 했다면 시간을 이렇게까지 흘릴 필요가 없었는데 대단히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개 항적 시간도 너무 차이 나"

13일 서울 중구 사참위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조사 현황 기자간담회에서 사참위의 발표를 듣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유가족의 다이어리에 4월 16일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중구 사참위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조사 현황 기자간담회에서 사참위의 발표를 듣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유가족의 다이어리에 4월 16일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박 국장은 두 개의 항적이 찍힌 시간이 너무 차이가 난다며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오후 4시를 전후로 해서 다르다. 해수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4월 16일 오전 3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항적이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오후 4시까지는 항적이란 게 조회될 수 없던 것이다. 세월호 항적만 안 나온 게 아니라 대한민국 영해의 모든 배들의 항적을 뽑을 수 없었던 국가 비상사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오후 4시에 다른 VTS에서 항적을 받아 중앙 서버에 집어넣었다는 건데, 오후 4시 이전에 항적이 표출되면 안 되는 건데 표출돼 있었다"며 "몇 달 전 해수부 상황실장과 직원을 불러 조사했는데 지금도 그게 세월호 항적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침몰 원인을 밝힐 중요한 단서인 항적을 두고 누군가 허위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분명 허위가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올 하반기 세월호 침몰 원인 윤곽 나올 수 있을 것"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박 국장은 하반기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배가 기울어져 고각 불량 등 복원성이 안 좋아서 넘어졌다는 건데, 이를 특정할 만큼 증거가 정확하지 않다"며 "다른 외력이 발생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상당히 많았고, 선체 파공도 명확하지 않다. 상관 관계를 밝히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초동수사 설계부터 잘못돼 진상 규명이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조사 대상인 해경이 검찰과 수사를 벌인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 설계가 잘못됐다. 해경은 그 당시 참사를 밝힐 수 있는 수사 주체가 될 순 없었다"며 "그런데 검경합동수사본부의 검경 중 경이 해경이다. 해경이 잘못한 걸 (스스로) 파헤쳐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피조사 대상자들의 진술을 그냥 다 인용해 불기소된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 국장은 세월호 보고서 문건 64만 건의 목록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어 조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 문건이 백지다. 다 가려져 있다"며 "국가정보원(대외안보정보원)은 보안 문제와 내부 절차상 할 수 없다고 하는데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청와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해수부나 해경 중 항적 문제 부분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진상에 접근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지금은 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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