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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과 소비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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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3,400만 명이 가입해 ‘제2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방식을 간소화하자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실손보험 이용자 중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이들이 40%가 넘는데, 청구서류를 병원에서 직접 받아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보험사에 직접 보내야 하는 절차상 불편함 탓이 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의료기관의 전자증빙자료 발급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21대 국회에서만 4개의 유사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한 이래 실손보험도 건강보험처럼 병원들이 온라인으로 청구하도록 한 법안들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소비자 편익 증대와 전산화 흐름에 맞춰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과 비급여 내역을 투명하게 파악하게 될 민간보험사들의 심사권한 강화를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업무량 증가가 마뜩잖은 의료계의 반대는 그렇다 쳐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늘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진보진영 목소리가 갈리는 점이 흥미롭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은 소비자 편익에 방점을 찍으면서 제도가 바뀌어도 비급여 진료 증가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적 의료단체들은 청구 간소화를 포퓰리즘적 요구로 보면서 민간보험사들의 의료정보 축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굳이 민간보험사에 득이 될 실손보험 이용의 문턱을 낮춰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 중요한 점은 제도 개편으로 건강보험의 위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 31조 원이 투입되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도 불구하고 비급여의 풍선효과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대 중반에서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과잉의료를 야기하는 실손보험의 무차별 확산이 비급여 진료 확대와 의료비 급증,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에 영향을 준 점은 명백하다. 실손보험의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갈지, 간신히 고삐가 잡히고 있는 실손보험 이용량 통제의 안전핀을 뽑아버리는 대증 요법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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