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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족에 친절했던 남자… 알고 보니 연쇄살인마였다

입력
2021.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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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서펀트'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샤를(오른쪽)과 그의 아내 마리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사람들을 만난다. 부유하고 친절한 그들에게서 사람들은 악의를 알아채지 못한다. 넷플릭스 제공

샤를(오른쪽)과 그의 아내 마리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사람들을 만난다. 부유하고 친절한 그들에게서 사람들은 악의를 알아채지 못한다. 넷플릭스 제공


'더 서펀트'. 넷플릭스 제공

'더 서펀트'. 넷플릭스 제공

낯선 남자가 호의를 베푼다. 사람들은 경계한다. 하지만 곧 마음은 무장해제된다. 남자의 아내 역시 친절하고, 그들의 선의가 진심으로 느껴져서다. 고단한 여행자에게 푹신한 침대와 따스한 물이 있는 숙소를 기꺼이 내주니 더 고맙다. 하지만 낯선 이의 호의엔 고약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①배낭족을 겨냥했던 남자

주요 시공간은 1970년대 중반 태국 방콕. 샤를 소브라즈(타하르 라힘)는 묘한 사내다. 다국어에 능한 프랑스인인데, 얼굴 생김새는 여느 유럽인과 다르다. 샤를은 인도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를 뒀다.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프랑스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이혼 후 프랑스 남자랑 결혼해서다.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그는 주로 젊은 배낭족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다. 젊은 배낭족 중 많은 이들이 히피다. 새 친구 사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행경비에 쪼들리니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샤를이 내세운 직업은 보석중개상. 베트남전 종군사진기자로 일했다고 하는데, 진위는 알 수 없다. 그는 아내 마리(제나 콜먼)와 함께 홍콩에서 만난 네덜란드 배낭족 남녀에게 방콕 방문을 권유한다. 샤를의 호의가 부담스럽고 의문이 갔던 남녀는 처음엔 거부하나 결국 샤를의 집에 머물게 된다. 남녀는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내고, 샤를 부부에게 고맙기만 하다.

한데 샤를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한다. 여행하며 보석을 옮겨주면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거절한다. 얼마 후 남녀는 샤를 등과 술을 마시다 심한 구토를 한 후 쓰러진다. 샤를과 마리는 약을 주며 보살펴주는데, 이상하게도 몸 상태는 더욱 나빠질 뿐이다. 네덜란드 커플뿐 아니다. 샤를의 호의로 집에 머무는 여러 여행객들이 음료나 술을 마신 후 침대에 드러눕는다.

네덜란드대사관에서 일하는 헤르만은 자국민 실종을 알고선 분노하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넷플릭스 제공

네덜란드대사관에서 일하는 헤르만은 자국민 실종을 알고선 분노하며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넷플릭스 제공


②범죄자를 쫓는 외교관

방콕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일하는 헤르만(빌리 하울)은 네덜란드 남녀 둘이 부모와 한 달 넘게 연락 끊겼다는 말을 듣는다. 헤르만은 심상치 않은 일이 남녀에게 벌어졌다고 직감한다. 남녀의 소재를 쫓던 중 호주 남녀가 불에 탄 사체로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한다. 헤르만은 둘의 신원을 확인한다. 실종된 네덜란드 남녀가 분명하다. 헤르만은 범인을 추적한다. 샤를과 마리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추가 범죄까지 저지른 정황이 짙다.

대사는 헤르만의 수사가 못마땅하다. 시키지 않은 일을 하는 데다 다른 외교사절과 분란을 일으킨다는 생각에서다. 태국 경찰은 비협조적이다. 샤를의 또 다른 연인의 아버지가 고위간부라서 그런지 적극적인 수사를 꺼린다. 헤르만은 아내와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자체적으로 수사를 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샤를의 범죄 행각이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샤를은 친절하다. 이제 막 여행길에 오른 청년을 겨냥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범죄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샤를은 친절하다. 이제 막 여행길에 오른 청년을 겨냥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범죄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③악마 같은 범인에 대한 단죄는 가능할까

샤를은 지능범이다. 증거를 잘 남기지 않는다. 피해자의 여권을 변조해 네팔 등 해외로 나가 범죄를 이어간다. 샤를은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한다. 돈 많고 생각 없는 서구 젊은이는 당해도 싸다고 생각한다. 차별 받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복수라고도 여긴다. 궤변일 뿐이다. 샤를은 단지 돈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다. 사랑과 우정을 운운하며 마리 등을 범죄에 끌어들이지만 언제든 배신을 염두에 둔다.

샤를은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헤르만의 추적을 따돌린다. 샤를은 각 나라의 법제를 악용하기도 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죄를 저지르고도 방송에 나와 태연히 인터뷰를 한다. 헤르만은 분노한다. 하지만 그의 집념은 만만치 않다. 과연 헤르만은 샤를을 단죄할 수 있을까.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실화를 극화했다. 주요 등장인물이 실명으로 나온다. 샤를의 범죄행각이 섬뜩하다. 샤를을 뒤쫓는 헤르만의 수사가 흥미롭다. 헤르만의 집념이 만들어낸 마지막 반전은 통쾌하다. 테니스와 파티를 즐기면서도 귀찮은 일엔 나서지 않는 외교관들의 무사안일, 부패한 경찰의 면면이 샤를의 범죄를 키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국과 더불어 네팔, 인도 등 1970년대 아시아 풍광을 세밀히 묘사했다. 8부작이다. 제목의 서펀트(Serpent)는 뱀을 의미한다. 샤를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드라마 초반부터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평론가 68%, 시청자 84%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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