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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이별? 집단면역 올까…해외 전문가들 "쉽지 않아" 회의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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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
12일(현지시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오브런던(UCL) 연구팀이 밝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력을 지닌 영국 국민 비율이다. 이에 영국이 집단 면역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모든 50대 이상 영국 시민과 고위험군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서 "매우 중대한 이정표에 도달한 것"이라고 자축했다.
현재 1차 접종을 끝낸 영국인은 3,291만 명, 2차 접종까지 마친 경우는 765만 명으로, 영국 성인의 절반이 넘는 58.5%가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았다. 대부분이 자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같은 날 UCL 연구팀은 코로나19 면역력을 지닌 영국 국민 비율이 73.4%에 달하면서 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한다는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집단면역은 한 집단 내 구성원 상당수가 특정 질병에 대한 항체가 생겨 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존슨 총리는 봉쇄 완화를 발표하면서 "매우 오랫동안 문을 닫은 업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고, 다른 모든 이에겐 우리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일들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매체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비필수 상점들도 다시 문을 열었다. 1월 5일 3차 봉쇄에 들어간 후 3개월 만이다. 모든 상점이 문을 열 수 있지만, 감염 위험이 높은 식당이나 술집은 실내는 안 되고 야외 자리만 이용할 수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에는 각각 15명, 30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단 실내에선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고,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시민들은 자정이 되자마자 술집에 몰려들었다. 런던 중심부의 스카이라이트 루프톱 바에서 이날 오후 늦게 술을 마시던 한 남성은 봉쇄 해제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영국 동부 입스위치에서 113㎞ 떨어진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UCL의 집단면역 측정 모델링 자체에 회의론도 존재한다. UCL의 발표 이전인 9일 가디언에 따르면 UCL의 연구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우선 집단면역은 가능하지만 도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데일 피셔 싱가포르 국립의대 교수는 "우리는 코로나19를 뿌리뽑는 게 아니라 통제 불능 수준의 지역 사회 감염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면서도 "70%라는 숫자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12일 CNBC에 전했다.
벤자민 코울링 홍콩대 보건대 교수는 "면역 수준이 높게 유지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면서도 "세계가 힘을 모으면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를로스 델 리오 미 에모리대 의대 교수는 "세계가 완전히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까지는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아예 해당 모델링이 잘못됐고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를 감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의 크리스틀 도넬리 교수는 가디언에 "집단면역을 신중하게 정의해야 한다"며 실제 면역 상황이 UCL 추정치보다 훨씬 낮음을 시사했다.
런던 위생열대의대의 아담 쿠차르스키 박사도 "UCL의 모델링은 지나치게 낙관적 예측을 해온 역사가 있다"며 "변종 바이러스가 퍼지기 이전의 것"이라고 비판했다.
닐 퍼거슨 ICL 교수 역시 "지금은 변종 바이러스가 우세하기 때문에 16세 이하 인구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는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며 "심지어 집단면역을 위해선 면역 비율이 90%까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 집단면역이 불가능한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매체는 "초기 과학자들은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인구의 60~70%가 면역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대유행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우선 코로나19 백신의 보급 상황이 일정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슈에타 반살 미 조지타운대 수리생물학자는 "집단면역은 지리적 구조가 중요하다"며 "어떤 공동체도 섬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이 지리적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가 있어도 주변국이 함께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을 경우 새로운 발병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스라엘 이웃 나라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는 아직 인구의 1%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또 변종 바이러스가 집단면역의 방정식을 변화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사라 델 발레 미 뉴멕시코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변종이 출현할수록 집단면역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6월까지 인구의 60% 이상이 감염된 브라질에서는 집단면역의 문턱까지 올라왔지만, 올해 1월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이후 집단면역 도달에 실패했다.
면역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살 학자는 "코로나19의 면역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언젠가 다시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신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앙셀 메이어스 미 텍사스대 코로나19 모델링 연구소 관리자는 "코로나19 모델링에서 가장 어려운 측면은 사회학적 구성 요소"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염 경로를 깨는 것인데 백신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등에 소홀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스테판 플래시 영국 런던위생열대의대 백신 역학자는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우리는 어떻게 바이러스와 함께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코로나19는 곧 사라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면서 "(대신) 그 심각성은 예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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