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집단면역 희망고문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코로나 백신 접종 효과는 뚜렷하다. 영국은 3개월여의 봉쇄 조치와 함께 인구의 47%인 3,219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친 데 힘입어 확진자가 1월보다 90%나 줄었다. 전 국민의 52%가 2차 접종까지 끝낸 이스라엘은 군이 집단면역 실험에 돌입했고, 1억 명 이상이 1차 접종한 미국은 4개월 뒤면 전 국민의 70~85%에 대한 접종이 완료된다. 반면 한국의 접종률은 2.3%, 세계 84위다.
□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공언해왔다. 올해 도입될 7,900만 명분의 백신이 근거다. 하지만 상반기 도입 확정 물량은 904만4,000명 분뿐이다. 전체 백신 중 혈전증 반응 때문에 30대 이하 접종이 취소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1,000만 명분이다. 600만 명분을 계약한 얀센 백신은 국내 반입도 전에 혈전증 논란으로 미국에서 접종이 중단됐다. 6월 도입되는 노바백스 백신은 여전히 미승인 상태다. 설령 물량이 국내로 들어와도 접종 거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 AZㆍ얀센 백신 이상반응 논란에서 보듯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백신 주사를 맞아도 전염력과 독성이 강해진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되면 백신 접종의 효능은 약해질 수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개발된 백신들이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 부작용을 일으키면 백신 접종 거부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 이미 현실화한 전 세계 백신 확보전쟁으로 필요 물량을 제때 공급받지 못할 경우 집단면역은커녕 의료체계가 감당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백신 도입 차질은 K방역에 대한 과신에서 파생했다. ‘검사-추적-치료’로 요약되는 K방역 모델은 사태 초기에 비해 하루 600~700명대 확진자 발생 상황에선 효과가 제한적이다. 실제 4개월이 넘도록 확진자의 4분의 1이 ‘감염 경로 미상’이다. 정부의 K방역 과신과 지나친 자화자찬, K방역을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던 욕구를 지금 다시 탓하는 것은 부질없다. 다만 이 시점부터는 국민에게 '11월 집단면역' 희망고문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거짓은 불신과 냉소를 부른다. 냉정히 현실을 살피고 달성 가능한 백신 도입ㆍ접종 목표와 계획을 내놓기 바란다. 그게 진정한 능력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