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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 사태로 세금 안 걷혀 '스포츠도박' 키운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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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州)정부들이 너도나도 ‘스포츠도박’ 합법화에 ‘베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곳간이 구멍나자 도박산업에서 거래되는 ‘검은 돈’을 양지로 끌어내 세금을 걷겠다는 일종의 고육책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세수도 각 주로 분산돼 실질적인 수익 효과는 없고 도박 중독만 양산할 거란 비판이 거세다.
뉴욕주는 이달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스포츠도박을 허용한 16번째 주가 됐다. 주 예산안에는 스포츠도박 매출에 대한 세금도 포함시켰다. 주 헌법을 근거로 줄곧 스포츠도박 합법화에 반대해 온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도 세수 부족 문제와 성폭력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자 결국 입장을 바꿨다. 조지프 애다보 주니어 주상원의원은 14일 “뉴저지주 스포츠도박 시장의 25%를 뉴욕주 시민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돈이 다른 주로 흘러가는 것을 얼마나 더 오래 지켜봐야 하냐”고 AP통신에 말했다.
앞서 2018년 미 연방대법원이 스포츠도박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뒤 뉴저지를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일리노이 등이 이를 허용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진 뒤로는 더 많은 주가 앞다퉈 합법화에 나서고 있다. 호주 거대 금융사인 맥쿼리그룹의 게임산업 분석가 채드 베이넌은 “주지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세수인데 매년 세금으로 3억달러(3,350억원)를 거둬들일 수 있는 노다지는 스포츠도박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 미 스포츠도박 산업은 규제 완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게임협회(AGA)에 따르면 올해 1,2월 스포츠도박 시장에서 거래된 베팅금액은 780억달러(87조원), 매출액은 5억7,600만달러(6,42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에 각각 41억달러, 2억6,2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폭증세다. 심지어 이 금액엔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전미 대학농구선수권 토너먼트 경기 관련 베팅은 들어 있지도 않다. 미 최대 스포츠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슈퍼볼) 또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베팅금액은 지난해보다 70% 늘어난 5억달러(5,575억원)에 달했다.
국제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간 온라인 스포츠도박 시장이 연평균 4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정부가 스포츠도박에 군침을 흘릴 만한 수치다. 올해 말까지 최대 11개 주가 스포츠도박을 추가로 허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에 근거한다.
하지만 미 전역에 사업자가 늘면 매출에 대한 세금도 각 주가 나눠가져야 해 장기적으로 세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론이 작지 않다. 도박 세율이 50%를 넘는 주는 두 곳에 불과하다. 미시간의 경우 사업자들이 2월 한 달간 순이익 950만달러(106억원)를 벌어들였으나 주정부에 낸 세금은 고작 14만2,240달러(1억5,900만원)였다. 세율이 8.4%인 탓이다. AP에 따르면 전미 주의회협의회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많은 주가 스포츠도박을 합법화해 한정된 시장을 쪼개 가지면 도박 수익으로 주정부 예산을 메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십중팔구 도박 중독이 급증할 거란 점이다. 영국이 반면교사다. 영국은 2005년 도박 관련 법을 완화하면서 도박 중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통계로 확인된 도박 중독자만 140만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고 본다. 결국 규제도 다시 강화됐다. 도박 광고엔 눈에 잘 띄도록 경고문을 실어야 하고 신용카드를 이용한 베팅도 금지했다. 미국도 영국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 뉴저지만 봐도 스포츠도박을 허용한 후 도박 중독이 전국 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회사 플러터의 최고경영자 피터 잭슨은 “주지사들은 세수만 늘릴 수 있다면 도박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미국은 유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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