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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접대 사건'의 불편한 진실… 여성들 무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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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을 재차 공론화하면서 사건에 연루된 일부 여성들의 무고 의혹도 덩달아 조사 대상이 됐다. 당시 진상조사단 내부에선 “윤중천과 김학의 성접대 사건과는 별개로 여성들을 무고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실제로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여성 2명은 무고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고, 이 가운데 한 명은 무고죄로 기소까지 됐다. 성범죄 피해자로 알려졌던 여성들이 어쩌다가 '무고죄 피의자'로 의심받게 됐을까. 한국일보가 입수한 1,249쪽 분량의 김학의 사건 결과보고서에 담긴 경찰·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사건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일부 여성들의 진술과 전후 상황에 석연치 않은 점이 엿보인다.
무고는 타인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로 고소하는 행위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공권력을 악용한다는 측면에서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중범죄다.
무고 혐의로 기소된 K씨는 한때 윤중천씨의 내연여성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학의 별장 동영상'도 윤씨와 K씨의 맞고소 과정에서 외부에 드러났다. 윤씨가 K씨와 교제하며 투자 받은 20억 원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커졌다. 상환 독촉이 심해지자 윤씨는 K씨를 압박하려고 K씨 직장을 찾아가 차량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윤씨 부인까지 가세해 2012년 10월 K씨를 간통죄로 고소했다. K씨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윤중천과 차량 동승자였던 A씨가 최음제를 먹여 나를 강간했다”며 합동강간 혐의로 맞고소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들의 맞고소 기록을 살펴본 뒤 "양쪽 다 무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K씨가 윤씨와 장기간 교제한 점에 비춰 “윤씨와의 만남 초반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K씨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K씨도 일부 과장된 진술이 있었다고 인정했고, 2019년 검찰 재수사 때는 A씨에게 당했다고 주장한 성폭행 피해는 허위였다고 인정했다. 진상조사단은 윤씨도 K씨를 압박하려고 부인을 시켜 간통죄 고소를 사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진상조사단 수사권고를 받은 검찰은 결국 윤씨와 K씨 모두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윤중천씨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K씨에 대한 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무고 논란에 휩싸인 여성 J씨는 이른바 '별장 옷방 사건'에서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에 의한 특수강간 피해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4월 검찰 재수사가 시작되자, J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여성단체에선 “적반하장”이라며 김 전 차관에게 분노했고, J씨도 자신을 모함한다며 김 전 차관을 맞고소했다. 검찰 결론은 양측 모두 무혐의였다.
진상조사단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검찰 1차 수사팀이 J씨의 성폭행 피해 주장에 의구심을 가진 이유는 K씨와의 통화 녹취록 때문이었다. 2012년 말 통화에서 K씨가 J씨에게 "나 혼자보다 (피해자) 2, 3명 더 있으면, (윤씨를) 바로 구속시킬 수 있다고 한다"고 말하자, J씨는 또 다른 여성 P씨와 연락해보겠다고 대답한다. 윤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이 서로 연락한 것 자체는 문제없었지만, 돈 문제가 거론되면서 진술 신빙성이 의심을 샀다.
J씨는 "(윤중천을) 고소해도 돈을 언제 어떻게 받을지는 모르는 거네?”라고 K씨에게 묻는다. 당시는 20억 원을 뜯긴 K씨뿐 아니라 J씨도 윤씨에게 수천만 원을 빌려주고 못 받던 상황이었다. J씨가 다른 녹취록에서 "나는 윤 회장(윤중천)과 금전적인 거 빼고는 그냥 인간적인 관계"라거나 "(김학의 당시 고검장이) 나쁘신 분은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도,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J씨의 고소 배경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해도 ‘윤중천이 자신을 옷방에 밀어 넣어 김 전 차관과 예상치 못한 강압적 성관계를 하게 됐다’는 진술은 일관성이 있는 만큼, 쉽사리 J씨 주장을 배척하면 안 된다는 조사단 내부의 반론도 있었다. 진상조사단은 결국 ‘검찰은 J씨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성폭력 피해 여부 내지 무고 가능성을 명명백백하게 가리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은 그러나 J씨를 성폭행 피해자로 보지도 않고, 무고 피의자로도 판단하지 않았다. J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J씨 주장이 명백한 거짓이라고 볼 증거도 충분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윤중천씨는 여성들을 동원해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고, K씨와 J씨 사례에서 보듯 여성들의 돈까지 뜯어낸 사기 브로커였다. 김학의 전 차관은 윤씨와 어울려 성접대를 받은 것만으로도,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다만 윤중천을 단죄하고 돈을 돌려받기 위해 일부 여성들이 피해를 과장하거나 수사관에서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K씨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고도 무고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J씨도 무고 가능성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여성들이 피해자로 보였지만 피해자로 인정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17년 12월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과거 사건 규명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선정한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가장 주목 받는 사건으로 꼽혔다.
과거사위는 이후 “검찰의 중대한 봐주기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검찰개혁의 기폭제가 되기는커녕 당사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정치적 논란, 그리고 ‘불법 출국금지’와 ‘면담보고서 왜곡’이라는 후유증만 남겼다.
한국일보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249쪽 분량의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와 수사의뢰의 근거가 된 ‘윤중천ㆍ박관천 면담보고서’를 입수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검찰ㆍ경찰ㆍ사건 관계인들을 접촉해 불편한 진실이 담긴 뒷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통해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압도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1년간 파헤치고도 발간하지 못한 백서를 한국일보가 대신 집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싣는 순서> 윤중천ㆍ김학의 백서
<1> 면담보고서의 이면
<2> 진상조사단의 실체
<3> 반칙 : 윤중천이 사는 법
<4> 이전투구 : 김학의 동영상
<5> 법과 현실 : 성접대와 성착취
<6> 동상이몽 : 검찰과 경찰
<7> 반성 : 성찰 없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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