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모순 빠진 巨與... '내로남불' 반성한다며 "조국은 건들지 마"

입력
2021.04.15 09:00
수정
2021.04.15 09: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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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공정' 논란을 촉발한 조국 사태를 두고 '자기모순'에 빠졌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 속히 빠져 나오겠다"(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며 변화와 쇄신을 약속했음에도 조국 사태만큼은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이 조국 사태를 반성한 2030대 초선 의원들을 겨냥해 '배은망덕' '초선 5적' 등의 비난을 쏟아낸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친문재인계 핵심 윤호중 의원은 오히려 "지난해 총선을 통해 평가를 받았다"며 조 전 장관을 두둔하기도 했다.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둔 것으로써 '문제가 없다'는 민심의 평가를 받았다는 인식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마리나클럽에서 열린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초청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마리나클럽에서 열린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초청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①조국의 ‘부모의 마음’만 헤아리는 86세대

조국 사태에 대한 성찰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당 주류인 친문계·86세대의 '동지의식'이 꼽힌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당 주류와 '독재에 대한 저항'이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 발간을 전후로 한 정치 입문 때부터 지지해 온 '원조 친문계' 인사다.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2030세대가 조국 사태의 본질을 '반칙과 특권' '공정한 기회의 박탈'로 인식하는 반면, 당 주류와 강성 지지자들은 '검찰과 맞서 싸운 순교자'라고 보고 있다. 86세대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한 검찰 공세는 민주 개혁 진영을 향한 공격"이라며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노력한 조 전 장관의 '부모의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조국 사과=긁어 부스럼'이라는 인식

친문계가 당정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환경도 조국 사태를 둘러싼 이견을 억누르는 요인이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대통령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이며, 재·보선 참패 후에도 친문계 핵심인 도종환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당 쇄신의 키를 쥐게 될 차기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에도 친문계 홍영표, 윤호중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는 '긁어 부스럼'일 뿐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어려울 때마다 당을 지켜온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조국 수호' 정서는 상상 이상"이라며 보선 패배로 당을 수습해야 할 때 핵심 지지층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2019년 10월 서울 종로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김수현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인 2019년 10월 서울 종로 삼청동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보좌진과 식사를 함께한 뒤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김수현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③'공정'보다 '검찰개혁'으로 국면 돌파?

조국 사태에 대한 사법부 판단도 이른바 '당심'과는 거리가 멀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 관련 혐의를 모두 사실로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에서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받았다는 의혹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위조에 조 전 장관이 관여한 사실도 인정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번 재·보선에서 1년 만에 민주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가 가장 분노하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는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으로 누적된 민심의 분노가 '86세대 심판'으로 이어진 결과"라며 "민주당이 조국 사태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은 민심을 깊이 성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의 '조국 사태'를 둘러싼 자성의 목소리에 친문계에서는 조국 사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차기 지도부를 노리는 홍영표 의원과 윤호중 의원은 최근 "조국 사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는 않지만 검찰개혁의 방향은 옳았다"고 밝혔다. 공정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인정하지만 '검찰개혁의 정당성'은 끝까지 옹호하겠다는 분리 전략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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