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원 구찌백' 한번에 온라인 결제…명품까지 왜 앱으로 살까

입력
2021.04.14 22: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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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명품 판매율 급격한 상승세
백화점 공식몰·명품 자사몰 증가…신뢰 상승
사전계획 구매 경향·온라인 할인전 영향도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샤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샤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 서 있다. 이한호 기자

'온라인몰 XXX에서 샤넬백 샀는데 진품인가요, 가품인가요?'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처럼 가품 여부를 확인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지만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프라다, 에르메스 등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온라인몰을 잇달아 열고 백화점도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면서 구매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백화점 명품 매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억눌린 '보복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몰에서도 판매가 급속히 늘며 명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백화점 전유물 아냐...온라인도 명품 판매율 '쑥'

롯데탑스의 명품 판매 페이지. 오프라인 매장보다 기본 1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인기다. 롯데탑스 제공

롯데탑스의 명품 판매 페이지. 오프라인 매장보다 기본 1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인기다. 롯데탑스 제공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온라인몰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품백 구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해외 명품 편집숍 '롯데탑스'는 1~3월 온라인 판매가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173.1%, 신세계 SSG닷컴은 30.4% 매출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올해 1~3월 매출 성장률이 무려 334.5%에 이른다.

과거 진품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붙었던 명품 온라인 플랫폼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머스트잇'은 명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 늘었고, '트렌비'도 거래액과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숫자가 2.5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 소비가 줄어들면서 2030세대까지 고가의 명품에 대한 심리적 소비 장벽이 낮아졌다"며 "온라인 채널에 익숙한 젊은층 위주로 명품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제…안 봐도 믿는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샤넬 매장 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오후 소비자들이 명품관 입구에서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뉴시스

대구 신세계백화점 샤넬 매장 오픈을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오후 소비자들이 명품관 입구에서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뉴시스

비싼 것은 1,000만 원에 달하는 제품을 왜 직접 보지도 않고 사는 걸까. 업계에서는 명품을 사전계획해 구매하는 소비 특성을 이유로 본다.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미리 확인하거나 온라인 정보를 수집하며 구매할 상품을 정해놓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원하는 제품이 풀리면 고민 없이 결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자사몰이나 백화점 공식 온라인몰의 경우 가품 위험이 없고 품질 면에서도 안전하다는 신뢰가 형성된 측면도 있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제품별로 3~10%까지 할인받을 수도 있다. 정수진 롯데탑스 선임상품기획자는 "인기브랜드는 400만 원 이상 고가 상품도 등록하기 무섭게 팔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면세업계의 대규모 온라인 할인전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몇 차례 온라인에 면세 명품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온라인 구매에 대한 부담감이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위조품 구매 시 200% 책임 보상' '상품 보장 각서' 등 여러 정품 인증 방안을 강화하며 꾸준히 신뢰를 쌓은 게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명품 판매에 탄력이 붙자 백화점들은 애프터서비스와 포장 등을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온라인 단독 출시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롯데탑스는 "올해 온라인 명품 물량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고객 선호와 유행에 맞춰 제품을 이전보다 다양하게 갖추고 온라인 기획전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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