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전종현씨에게 아들 태호씨가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7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유족들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멈췄다. 생때같은 목숨들이 서서히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시민들의 삶도 그날 이후 달라졌다. 트라우마는 끊어진 닻처럼 가슴 속 깊히 내리박혔다. 4월은 어김없이 거센 바람을 낸다. 하루 또 하루 노란 리본을 하릴없이 매듭짓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까. 세상은 잊으라고, 이미 잊히고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해버린 이들이, 바다로 보내는 편지는 다시 묻는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가 진짜 잊은 게 무엇인지. 끝내 잊힐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아버지께
뒤척이다 깨보면 새벽 두 시, 다시 세 시, 네 시…
멍하니 어슴푸레한 창을 보며 생각하니 아… 다시 4월이구나
아버지, 7년째인 그 봄이 다시 왔습니다.
이때가 되면 저는 당신에겐 장성한 아들인 탓에 두 아이에겐 단단한 아빠인 탓에
슬프고 억울한 마음을 참다 참다 어찌하지 못해 4월의 밤마다 이렇게 아프고 아픕니다.
그런 나의 아픈 시절이 지나감에 할아버지 사랑을 온몸으로 받던 네 살 정우는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 개구쟁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의 빈자리에 다른 것을 담지 못하고 2014년 그 자리에 머물러 계십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편안하게 당신을 이야기하며 그리워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당신을 앗아간 그 배는 여전히 저에게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사라져버린 당신의 자전거처럼 미궁이며 당신을 구조하지 않은 자들은 누구도 처벌 받지 않는 세상에 저는 밤마다 홀로 아픕니다.
아버지, 그곳은 어떤가요? 컴컴하고 차가운 맹골 같은 곳은 아니겠지요?
찬 그 바다에서 다른 먼 곳으로 떠나시려던 당신을 내 손으로 찾아 올렸을 때의 그 기억은 저를 아이처럼 울게 만듭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이 언 몸을 녹여줄 우리 집 안방마냥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멍한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봅니다.
억울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 앞에 놓인 숙제들로 덮으며
'그래도 이겨내야지, 그래도 살아야지, 잘 살아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아내야지' 하며 또 하루를 살아내렵니다.
아버지, 어머니 꿈에 얼굴 한 번 보여주세요.
슬퍼하느라 애썼다 해주시고 이제는 조금 편안해지시라 말씀해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우리 가족이 시간이 흘러 모두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날까지 저는 저의 해야 할 일을 하며 언제나 아버지를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들 태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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