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보내는 편지]놓는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오빠, 난 아직도 4월이 무서워

입력
2021.04.16 04:30
8면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이호진 군에게 동생 호정씨가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7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유족들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멈췄다. 생때같은 목숨들이 서서히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시민들의 삶도 그날 이후 달라졌다. 트라우마는 끊어진 닻처럼 가슴 속 깊히 내리박혔다. 4월은 어김없이 거센 바람을 낸다. 하루 또 하루 노란 리본을 하릴없이 매듭짓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까. 세상은 잊으라고, 이미 잊히고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해버린 이들이, 바다로 보내는 편지는 다시 묻는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가 진짜 잊은 게 무엇인지. 끝내 잊힐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추모객이 노란 리본을 바라보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추모객이 노란 리본을 바라보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To. 보고 싶은 호진 오빠

오빠. 안녕. 나 호정이야. 오빠한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매번 바쁘다는 핑계만 대는 동생이어서 나 많이 밉지?

그래도 나 요즘 진짜 열심히 살고 있어. 학교 강의도 듣고, 과제도 하고, 학원도 다니면서 자격증도 따고, 알바도 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오빠도 나 지켜보고 있지?

사랑하는 우리 오빠. 벌써 우리가 못 본 지도 7년이래. 이렇게까지 오래 떨어져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네. 그 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 없어. 적어도 나는 그래. 오빠가 내 곁에 없었던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괜찮아지지도 않았고 마음이 아물지도 않았다. 오빠가 나를 보며 오빠 몫까지 잘 살아가고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나는 역시 오빠가 필요한가 보다. 오빠의 빈자리가 어떻게 할 수 없게 너무 크게만 느껴져. 오빠 몫까지 내가 대신 살아주는 것보다 그냥 오빠의 몫을 오빠가 온전히 살아갔으면 좋겠다.

오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막상 하려고 하면 딱 떠오르는 말은 보고 싶다, 이 말뿐이야. 어떤 말을 더 할 수가 있겠어. 정말 보고 싶은 거, 그거 하나가 전부인데 말이야.

나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4월이라는 시간이,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슬픔은 어떻게 할 수도 없게 나에게 훅 다가오더라. 그러면 난 그 슬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더라. 그럴 때면 그 슬픈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어. 절대 그 슬픔이라는 감정에 지고 싶지 않은데 나는 늘 질 수밖에 없어. 그 슬픔이 오면 아무것도 못해. 정말 아무것도.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오빠 방에서 오빠 사진을 안으며 한참을 울어. 나 정말 무섭다고. 오빠가 없는 이 끔찍한 시간이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게 너무 무섭다고, 빨리 나한테 오라고 울기밖에 못해.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이호진군(오른쪽)과 호정(왼쪽)·호윤 남매. 이호정씨 제공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 이호진군(오른쪽)과 호정(왼쪽)·호윤 남매. 이호정씨 제공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오빠도 마음이 아프겠지. 미안해. 오빠 마음 아플 거 생각 못하고 계속 이렇게 울기만 해서 정말 미안해. 보고 싶어. 그냥 너무 보고 싶다. 오빠를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보낸 일. 그게 이렇게 마음이 아리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는 7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고 아마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겠지.

더 이상 오빠를 아는 사람이 늘지 않는다는 것과 오빠를 아는 사람들마저도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간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오래도록 힘들게 했어. 그 사람들마저 기억을 해주지 않아서 오빠는 정말 존재하던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미치도록 싫어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억에서 오빠를 지우는 그 사람들이 너무 미워서 살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어. 그냥 오빠 곁에 가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았다.

나는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어. 오빠가 없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오빠를 놓지 못하겠어. 사람들이 이제 놓아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어떻게 놓아? 놓는 방법을 아직 잘 몰라. 안다고 해도 놓을 수 있을까 싶어. 이게 이기적인 마음이고 오빠를 더 괴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데 이기적이고 싶다.

나는 봄이 싫어. 4월이 무서워.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죽고 싶다가도 오빠는 간절하게도 바랐던 시간이 지금 내가 사는 이 시간일 텐데 이런 생각조차 하는 게 미안해서 더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한다. 오빠는 내가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갔다는 그 사실이 나를 참 무너지게 만들어. 요즘 잠도 잘 못잔다. 자꾸 오빠의 마지막이 생각나서. 그 마지막이 얼마나 아팠을지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가 이렇게 잘 살아도 될까? 오빠가 없는데 잘 먹고 잘 웃고 다녀도 되는 걸까? 아무리 가슴을 치며 엉엉 울어봐도 오빠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잔인하다. 이제 오빠의 존재만 기억할 뿐 목소리가 어땠는지, 키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에서 사라져버렸어. 그게 나를 더 힘들게 만들어. 그 기억을 내가 붙잡는다고 남아있는 게 아니더라. 그저 오빠의 얼굴을 사진으로 되뇌이고 오빠의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는 수밖에 없더라.

오빠를 현재형으로 말할 수 없어 과거형으로 말할 때마다 오빠가 내 현재에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늘 기도해. 오빠가 없는 이 끔찍한 현실이 아주 길게 꾸었던 악몽이기를 기도해. 눈뜨면 라면 끓여달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는 오빠가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어.

오빠가 있을 때 잘하지도 않았던 내가 이렇게 힘겨워하고 그리워하고 있어서 너무 미안해. 오빠랑 많이 싸웠지만 그만큼 많이 사랑했나봐. 아니 그만큼 많이 사랑해. 내가 대신 죽고 오빠가 살 수 있다면 내 목숨을 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해. 그래서 이렇게나 힘든가봐. 이 우울이 나를 집어삼켜도 좋아. 이 끔찍한 우울 끝에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이호진 군의 여동생 호정씨가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오빠에게 쓴 손편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이호진 군의 여동생 호정씨가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오빠에게 쓴 손편지.

사랑하는 호진, 내 오빠. 아무리 불러봐도 답을 들을 수가 없다는 게 나를 무너지게 한다. 수많은 힘듦이 와도 오빠를 놓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냥 오빠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래. 그저 오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서 이래.

오빠는 지금 뭐하고 있어? 나 보고 싶어? 내 생각하기는 해? 나는 정말 많이 해. 매일매일 안 해 본 적이 없어. 이런 슬픔을 매일 겪는데도 적응이 되지가 않네. 언제쯤이면 오빠 생각에 눈물 짓지 않고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까?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오빠 있는 곳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어. 따뜻했으면 좋겠고, 고통이 없는 곳이면 좋겠다.

나 더 열심히 살아갈게. 힘들어도,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무너질 것 같아도 살아낼게. 그렇게 노력할게.

엄마 아빠 호윤이도 걱정하지 마. 든든한 큰딸로, 좋은 언니로 곁에서 잘 챙길게. 그러니까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나 칭찬해줘야 돼.

우리 오빠 잊지 않을게. 호진 사랑해.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을 만큼. 내 자신보다 오빠를 더 사랑해. 오빠는 늘 내 전부인걸 잊지 말아줘. 우리 오늘 꿈에서 꼭 만나자. 잘 자. 편히 쉬어. 사랑해 내 전부.

2021.04.13(화)

From. 오빠의 귀염둥이 동생 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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