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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엔 고위 특사, 대만엔 비공식 대표단… 美 바이든식 '이중 압박'

입력
2021.04.14 16: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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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요 인사, 같은 날 중국·대만 나란히 입성
기후 논의 주도·대만 챙기기 '투트랙' 中 압박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만난다. 중국에는 행정부 고위급 ‘특사’를, 대만에는 전직 관료들로 꾸린 ‘비공식’ 대표단을 보내 격을 달리했지만, 공교롭게도 방문 시기가 겹쳤다. 인류 공통 과제인 기후변화 협력을 명분 삼아 중국을 공론장으로 끌어내면서도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이중 압박’ 전략으로 풀이된다.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14~17일 중국과 한국을 연이어 찾는다. 먼저 14일 오후 늦게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 15,16일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회담한다. 케리 특사 방중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던 만큼 만남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다. 22,2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할 가능성도 다소 높아졌다. 시 주석이 초청을 수락하면 비록 화상이긴 하나 양국 정상이 처음 대면하게 된다.

회담 의제는 환경 문제에 국한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케리 특사는 (중국 측과) 기후 위기 협력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한 미국은 조만간 2030년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 케리 특사가 중국 측에 더 강화된 목표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상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케리 특사가 상하이에 도착하는 즈음,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아미자티 전 국무차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차관도 대만 타이페이에 발을 딛는다. 대만 총통실에 따르면 이들은 15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나고 외교ㆍ국방 및 국가안보 고위 관계자들과도 잇따라 회담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지지했던 ‘대만관계법’ 4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9일 미 국무부가 자국 관리들이 대만 관계자들을 만나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 새 지침을 내놓은 직후 이뤄진 방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표단은 대만과 오랜 친분이 있고 바이든 대통령과도 개인적으로 가까운 원로 정치인들”이라며 “인적 구성 자체가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비공식 방문 형태를 취하긴 했으나 진짜 속내는 중국과 이마를 맞댄 ‘최전선 동맹’ 챙기기에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관계자는 “기후변화 논의는 다른 분야와 연계돼선 안된다”며 케리 특사의 방중과 대만 방문은 별개 사안임을 강조했다.

중국을 다루는 방법론을 놓고 견제와 협력을 적절히 구사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두 갈래’ 전략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동맹을 활용한 중국 옥죄기의 다음 대상은 일본이다.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의 군사 행동 문제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도 주요 의제로 올라갈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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