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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곧 사람입니다

입력
2021.04.14 22:00
27면
충남 서천 '시간이 멈춘 판교마을'. 최흥수 기자

충남 서천 '시간이 멈춘 판교마을'. 최흥수 기자


도시를 이끄는 힘은 사람이다. 사람이 모여야 그 안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그런 이유로 계획자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예를 들어 도시 한복판에 큰 건물을 짓게 된다면 첫 고민은 분양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겠지만 분양이 잘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건물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건물의 위치, 주변상권, 집객시설 더 나아가 앞으로의 변화 전망까지를 고려하여 건설사업을 추진한다. 일반적인 집객방법은 영화관, 대형서점, 은행, 프랜차이즈, 브랜드 등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찾는 콘텐츠 시설을 건물에 유치한다면 나머지 공간을 채우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해 왔다.

최근 충남의 오래된 도시재생 사례지를 답사했다. 판교면이라고 불리며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어 추진 중인 곳이었다. '시간이 멈춘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은 추진되고 있었는데 구 판교역사를 중심으로 광장, 극장, 양조장, 시장 등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마을의 장소들을 다시 복원하거나 가꾸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답사 중 재미있는 만남이 있었다. 철도역사 앞에서 편의점을 50년째 이어온 어르신과의 대화였다. 과거 이곳은 어떤 곳이었냐고 묻자 아주 대단한 곳이었다고 답해주셨다. 철도역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특히 명절에는 가게 앞에 선물상자를 쌓아놓으면 하루 만에 몇백 상자씩 판매됐었다고 했다. 광장으로는 많은 장사치들이 모여 가판을 깔았고 대단한 호황을 누린 장소였다고 했다.


충남 서천 '시간이 멈춘 판교마을'. 최흥수 기자

충남 서천 '시간이 멈춘 판교마을'. 최흥수 기자

이 작은 마을이 겪은 변화는 우리 고향 마을에서 발견되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쇠락한 마을로 바뀌고 뒤늦게 오래된 유산을 살리고자 재생사업지로 선정되어 추진 중이지만 이 마을이 겪게 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거점시설이었던 철도역사가 다른 장소로 바뀐 것이었다. 마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판교역이 근대화 시점에 만들어진 후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시장이 형성되고 상품들이 이곳에 모여 곳곳으로 이동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거점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삶이 형성되었다. 극장, 낡은 양조장, 식당가와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철도역사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철도역사가 주민들의 이해와 관계없이 수㎞ 옆으로 옮겨졌다. 그 결과 사람들이 사라졌다.

도시재생사업의 취지와 관계없이 과거 호황을 누리던 마을이 다른 행정의 결과로 큰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을 본다. 그리고 이제 과거의 시설들을 역사유적으로 만들며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사업을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다. 철도역사는 아주 멀리 이동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구 역사는 굳이 폐선을 해야 했는가도 반문케 된다. 철도역사의 이전 계획을 세우면서 수십 년을 이어온 한 마을의 정체성과 변화를 예측 못 했다는 것도 아쉽다. 마을은 사람이 모여야 활성화가 되고 힘을 얻는다. 그것은 곧 마을이 사람과 같은 유기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마을의 역사는 곧 사람의 역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을의 변화를 추구할 때 소중한 한 사람을 대하듯이 신중해야 한다. 그 마을에 끼칠 변화가 어떻게 도래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마을에 대한 존엄성을 바탕으로 할 때 사람이 사는 마을은 힘을 얻게 된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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