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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박보검의 감성 SF '서복'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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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 ‘서복’이 15일 공개됐습니다. 150억원 이상이 들어간 대작 한국영화로는 ‘강철비2: 정상회담’(극장)과 ‘승리호’(OTT) 이후 첫 작품이라 영화계는 물론 관객들도 관심이 높죠. 흥행작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연출하고 톱스타 공유 박보검이 출연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동시에 공개된 첫 영화라 특히 영화계의 관심이 높습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를 ‘서복’이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문화부 기자 3인이 ‘서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미국의 음모, 정보기관의 움직임, 거대 기업의 반격... 너무 많이 본 듯한 설정이 겹쳐서 만들어낸 근원적 질문, 우리는 왜 사는가?
라제기
SF 스릴러였다가 브로맨스 감성 드라마였다가 슈퍼히어로 영화였다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심오한 영화였다가, 대체 이 영화의 정체성은 뭐지?
고경석
수학 정석에서 집합만 펴다 만 'SF학개론'. SF 목적지 네비만 찍다.
양승준
[양승준] 저는 비추입니다. 차린 게 없는 한 상. SF로서 시각적 볼거리는 없고 이야기는 낡았어요. 수십년 전에나 나눴을 법한 복제인간 관련 질문들이에요. 드뇌 빌뇌브의 '컨택트'를 즐긴 SF 관객이라면 특히 접근 금지!
[라제기] 조심스럽게 추천. 공유와 박보검의 첫 조합이니까. 영화 후반부에 몰린 볼거리가 나쁘진 않아요.
[고경석] 전 반반인데 굳이 한 쪽이라면 비추. ‘건축학개론’을 연출한 감독의 영화라는 점, 공유와 박보검 두 스타배우의 출연작이라는 점,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가졌던 기대치에는 여러모로 못 미치는 작품이에요. 그래도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측면, 공유와 박보검의 연기는 좋았어요.
[양] OTT로 보세요. 마스크 쓰고 몸 사리며 극장까지 가서 챙겨볼 작품이라고 하기엔 글쎄요.
[고] 저도 OTT가 나을 거 같아요. CG를 많이 써서 볼거리가 적지 않은 편이지만 그게 이 영화의 주된 매력 포인트는 아니거든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잠깐 (졸거나 멍 때리다, 저처럼, 특히 초반에) 장면들을 놓칠 수도 있으니 OTT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박보검의 팬이라면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죠.
[라]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없어서 극장 필람이라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죠. 티빙 관람 강추는 아니지만, 극장 강추 역시 아닙니다.
[고] 처음엔 복제인간이라기보단 (스필버그 영화 'AI'의) AI나 로봇처럼 감정 없는 존재로 느껴졌어요. 10년 만에 어른의 몸으로 성장한 실험체여서 초등학생 정도 캐릭터로 설정한 듯한데, 그걸 감안해도 서복은 인간도 아니고 인간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로봇도 아니고, 아이도 어른도 아닌 것 같았어요.
[라]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는 잘 가져온 것 같아요. 인간의 생사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 좋죠. 하지만 활용은 매끄럽지 않았어요.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욕망이 사라지는 걸까. 욕망이 사라지면 인류는 망한다고 했는데, 이 삼단논법이 허술했어요. 복제인간은 영생을 줄 수 있는 도구이지만, 영생을 보장하진 않죠. 복제인간이라는 도구를 영원히 확보하기 위해 인간은 끊임 없이 경쟁을 할 것이고, 이는 욕망과 연결돼요. 미국 정부가 그것 때문에 서복을 폐기하려 한다는 논리가 빈약하게 느껴졌어요. 어떻게든 복제인간과 생사를 연결시켜야 한다는 메시지 강박이 엿보이기도 했고요.
[양] 복제인간이란 소재를 통해 감독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죽어야 하느냐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SF란 외피를 둘러 던진 것 같아요. 복제인간이란 소재를 잘 활용하려면 그 두려움을 잘 설득해야 하는데, 그 설계가 너무 감정적이고 즉흥적으로 비쳐요. 그래서 쉬 몰입이 안 되죠. 감독은 "관객들이 기현의 입장이 돼 서복을 바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영화는 오히려 정반대로 만들어진 것 같고요. 기현보다 서복의 입장 혹은 질문을 통해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되니까요.
[고] 공유가 연기한 기헌 캐릭터가 좀 빈약해 보였어요 기헌의 시각에서 본 복제인간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려 한 듯한데 그러다 보니 기헌이란 인물이 잘 다가오지 않고 보조적이고 기능적인 캐릭터로 축소돼버렸어요. 조우진이 연기한 안부장도 너무 일차원적이어서 아쉬웠어요. 그나마 박보검이 연기한 서복이 감정이입할 여지를 줘서 괜찮았죠. 특히 이 대사. '전 갈 곳이 없어요.'
[라] 민기헌은 평면적인 인물이지요. 기헌의 과거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관객이 기헌의 고민에 잘 녹아 들지 못할 듯해요.
[양] 서복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단조로웠어요. 서복을 만든 기업의 회장은 너무 기괴했고, 연구원인 신학선(박병은)과 임세은(장영남)은 갑자기 폭주해 캐릭터 일관성이 좀 떨어졌고요. 서복이란 캐릭터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흥미로웠는데, 박보검의 무해한 이미지가 반복되다 보니 신선함은 떨어졌고요.
[양] 서복의 DNA로 생명 연장을 하는데 그 생사 연장권을 서복 회사(서인)가 갖고 놀려 했을 때 '아, 이건 아닌데' 싶더라고요. 특히 미국 개입은 너무 정치적으로 비쳐 뜬금 없었고요.
[라] 미국이 개입하는 이유가 이해가 잘 안 됐어요. 미국은 빼고 복제인간을 확보하려는 자들의 다툼, 거대기업과 국가의 대결로 묘사했으면 지나친 클리셰였을까요.
[고] 차라리 그 방향으로 밀고 갔으면 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미국과 한국, 기업과 정부… 이런 대립구도가 중첩되는데 그 어디에도 긴장감이 없어 집중이 잘 안 됐어요.
[고] 제작비는 블록버스터급인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묵직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상업영화로서 볼거리와 흥미로운 요소는 넣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액션 장면들은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삶의 의미와 죽음이 주는 두려움, 영원한 삶에 대한 욕망, 복제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 등 진부하더라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지만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드라마와 대사의 행간에서 질문이 나오는게 자연스러운데 캐릭터들이 직설적으로 질문을 퍼붓죠. 애니메이션 '소울'도 진부한 질문을 하지만 극에 잘 녹아서 자연스럽게 느껴지잖아요. 어쨌든 박보검을 복제인간으로 캐스팅한 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 전반적으로 톤이 튀는 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추어탕집과 옷집 주인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진지한 영화 전반과 맞지 않아요. 추어탕집 장면에서 소금이 뿌려서 고통스러워하는 미꾸라지들을 좀 더 클로즈업하면 좋았을 듯해요. 서복이 세상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인데, 결국 미꾸라지가 서복에 대한 메타포이니까요. 서복이라는 이름이 지닌 메타포처럼 몇몇 장면에서 참신한 오브제가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 듯해요. 영화가 5분의 4 정도는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인데 뒤 5분의 1에서 갑자기 차 타고 시속 100㎞로 달려요. 완급 조절이 잘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유와 박보검 캐스팅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민기헌은 여린 듯 강한 이미지가 필요한 캐릭터인데, 스타 남자배우 중엔 공유가 안성맞춤이란 생각입니다.
[라] 저는 한국 SF 영화를 보면 드는 의문이 이번에도 떠올랐어요. 꼭 물량으로 승부해야 하는가. 165억원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좀 더 온전한 SF 영화를 만들기에는 넉넉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럴 땐 어정쩡하게 보여주느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봐요. ‘어바웃 타임’을 떠올리면 될 듯해요. 복제인간 이야기를 하려면 반드시 거대한 실험실을 보여줘야 하고, 거대한 음모가 따라야 하고, 그리고 돈 들인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을까요. 돈이 부족해도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웠으면 훨씬 창의적인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작비를 절반만 쓰고 원래 하려던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어떨까 싶어요. 스펙터클에 쓸 돈을 줄이고 서사를 좀 더 탄탄하게 하면 어땠을지. 요즘 한국영화는 돈 들인 티를 시각적으로 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선물을 받았는데 내용물보다 포장이 더 좋은 느낌이랄까. '낙원의 밤' 등 최근 한국영화들을 보면 미술(또는 스타일)이 영화를 압도해 서사나 캐릭터, 주제를 가린다는 인상도 자주 받고요.
[양] SF는 현실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공감대의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신생아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다면?' 이란 가정에서, BBC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의 핵미사일 갈등을 가상 소재로 급변하는 미래를 펼치죠. 막연한 미래지만, 그 시작은 늘 구체적이며 현실적이었습니다. 헌데 우리 SF는 정반대죠. 현실과 동떨어져 뜬 구름을 잡거나, 기술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 집착합니다. 좀 더 현실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SF를 펼쳤으면 좋겠어요.
[라제기] ★★☆
[고경석] ★★☆
[양승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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