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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광철, 이규원한테서 ‘김학의 출국금지 요청서’ 사진도 실시간 전달받았다

입력
2021.04.1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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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출국시도 인지' 25분후 이광철-이규원 통화
이광철 "상황 심각하니 빨리 출금요청서 보내라"
불법출금 깊숙이 관여 정황... 검찰, 곧 소환 방침
위법 인지 단정못해... 법적 책임 물을지는 불확실

지난해 1월 29일 이광철(오른쪽)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29일 이광철(오른쪽)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철(51)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년 전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출금) 조치가 취해지던 무렵, 이규원(44) 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로부터 출금요청서를 실시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었던 이 비서관은 그에 앞서 이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김 전 차관 출금요청서를 신속히 만들어서 (법무부에) 보내 달라”면서 조속한 조치를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 전 차관 긴급출금 과정에 이광철 비서관이 상당히 깊숙이 관여(본보 2월 19일 자 1면)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 이미 검찰은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53)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다만 이 비서관이 적법 절차를 벗어난 방식으로 문제의 출금요청서가 작성됐다는 점을 인지했는지는 확실치 않아 법적 책임을 묻기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관련자 진술과 물적 증거 분석 등을 통해 지난 2019년 3월 23일 0시쯤 이규원 검사가 이광철 비서관에게 휴대폰으로 김 전 차관 출금요청서 사진을 전송한 사실을 파악했다. 해당 서류는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인지한 뒤, 가장 먼저 작성한 것으로 차 본부장과 인천공항 출입국 담당 공무원에게도 함께 보내졌다. 과거 서울중앙지검이 이미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사건번호(2013년 형제65889)가 기재된, 다시 말해 ‘위법성 논란’의 핵심에 있는 문서였다.

경위야 어찌됐든 김 전 차관 출국 저지를 위해 이규원 검사가 출금요청서 사진을 차 본부장과 인천공항 공무원에게 보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이광철 비서관한테까지 굳이 전송한 건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의문을 풀 실마리는 바로 직전 상황에 있다. 법무부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인지한 시점(2019년 3월 22일 오후 10시48분)으로부터 약 25분 후쯤, 이 비서관이 이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과정 시간대별 재구성. 그래픽=김대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과정 시간대별 재구성.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규원 검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광철 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법무부와는 진상조사단 요청에 따라 김 전 차관 출국금지를 하기로 얘기가 됐다. 1시간 후쯤 비행기가 뜬다니 빨리 출금요청서를 보내야 한다.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현장 발권한 태국 방콕행 항공기는 3월 23일 0시20분 이륙 예정이었다. 이 비서관은 “법무부의 차규근 본부장한테 연락하면 도와줄 것”이라고도 했다고 이 검사는 검찰에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철 비서관과 통화를 마친 이규원 검사는 곧바로 차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 본부장이 당시 통화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김 전 차관 긴급출금에 대해 큰 틀에선 사전 승인을 했으니, 검사님이 서류를 작성해 사진으로 보내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이 검사는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그동안 차 본부장이 “그때 장관은 연락이 안 돼, (당시 법무부의) 김오수 차관과 이용구 법무실장에게만 보고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는 점에서, ‘장관 사전 승인’ 부분은 이규원 검사가 잘못 들었거나 기억의 오류에 기인한 진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 이규원 검사로선 자신에게 ‘김학의 출국금지’를 지시한 윗선으로 여겼을 법한 이광철 비서관에게 ‘후속 조치 보고’ 차원에서 출금요청서 사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김 전 차관 출금 사후 승인요청서 초안 사진도 같은 해 3월 23일 오전 1시50분~2시쯤 이 비서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 진술의 진위 및 이광철 비서관의 범행 공모 여부를 확인하려면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만간 이 비서관을 소환할 방침이다.

김정우 기자
안아람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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