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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폭등, 생필품 부족... 군부 탓에 경제난까지 겹친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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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로 인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정치 불안이 불러온 통화 위기에 물가는 치솟고 반(反)군부 시위 여파로 월급도 인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암울한 경제 현실은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까지 폐업 위기로 내몰고 있다.
13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외신 등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의 투자 중단과 수출 감소 등 영향으로 9일 기준 환율은 달러당 1,660짯을 기록했다. 쿠데타 발생 직전인 1월 말보다 330짯이나 치솟은 것이다. 짯 가치 하락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름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10일 기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휘발유 가격은 L당 903짯으로 쿠데타 전보다 20%가량 올랐고,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23% 상승했다.
생활필수품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이미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한 식용유(31% 인상) 유제품(15% 인상) 등을 필두로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미얀마 빈곤층은 곧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지난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예측이 들어맞기 시작한 셈이다. 일부 부유층이 생필품을 대량 구매해 빈곤층에 나눠주는 운동을 최근 벌이고 있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멈춰 선 금융 시스템도 악재다. 대다수 시민은 시중은행의 '시민불복종운동(CDM)' 참여 이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인당 하루 20만~30만짯(약 16만~24만 원)으로 책정된 인출 한도금액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벽부터 ATM 앞에 줄을 서도 돈을 찾지 못하자 시민들은 폭리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고 현금 인출 대행 서비스까지 이용하고 있다. 다급한 군정은 전날 시중은행에 "13일부터 무조건 창구 업무를 개시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날도 대다수 은행 지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들의 고통도 극심하다. 금융 마비로 자금 동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물량 발주처인 미국과 유럽 글로벌 의류 및 신발 업체들이 '군부 제재'를 이유로 주문을 거둬들이면서 일거리 자체가 없어졌다. 그나마 남은 물량도 노동자 대부분이 CDM에 동참하거나 군부 학살을 피해 시골로 귀향하면서 납품 기일을 맞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양곤의 한 소식통은 "많은 한국 기업인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폐업 신고를 시도했지만 행정청에 사람이 없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군부는 "이번 기회에 식량과 소비재를 자체 생산해 외화 의존도를 낮추자"는 한가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양곤 흘라잉타야 지역을 방문해 쌀을 구호품으로 기부하는 등 선전전에 몰두했다. 흘라잉타야는 지난달 14일 최소 38명의 시민이 사망한 곳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시위 과정에서 희생된 시민의 수는 710명에 달한다. 전날 사가잉주(州) 도로변에서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7세 아이 등 최소 44명의 어린이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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