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국내외 반대 무릅쓰고 오염수 해양 배출 결정 배경은

입력
2021.04.13 15:00
수정
2021.04.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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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만톤 후쿠시마 탱크 용량 이미 90% 이상
저장탱크 증설은 2051년 원전폐로에 지장 주장
미일정상회담 방미 직전 전격 결정, 美 승인 어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처리한 물을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처리한 물을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과 자국 내 비판도 무릅쓰고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내년 가을쯤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돼 결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일본 정부는 13일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의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돼 하루 평균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저장탱크에 비축하는데, 지난달 중순 기준 약 125만844톤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현재 137만 톤인 후쿠시마 탱크 용량의 90% 이상이 채워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3년 10월이면 오염수가 가득차게 된다. 지금 해양 방류를 결정해도 2년 뒤인 2024년 상반기쯤에나 계획을 실행할 수 있어 더 늦추면 저장탱크를 대폭 증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저장탱크를 증설하면 2014~2051년 완료 목표인 사고 원전 폐로작업에 지장이 초래돼 곤란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앞서 일본 정부 경제산업성 전문가 소위는 지난해 2월 최종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처분 시나리오와 관련, 해양방류와 대기방출 등 2가지로 압축해 전자가 기술적 측면에서 용이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과 12월 해양방류로 확정지으려 했지만 후쿠시마 어민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부방침을 2차례나 미뤄야 했다.

해양방류 결정 시점을 지금으로 택한 데는 정치적 고려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도쿄올림픽에 임박해 국내외 비난을 피하기 힘든 오염수 방류 결정을 내리는 대신 올림픽이 100일 이상 남은 현시점에 앞당겨 이 같은 방침을 국제사회에 못 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미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결정을 내린 것도 미국이 동의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 안전성을 확실히 확보하는 동시에 '풍평'(風評·소문) 불식을 위해 모든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한국, 중국 등 인접국의 강한 반발에 따른 책임 역시 일본 정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본 내 시민사회와 어민단체, 야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에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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