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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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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혼자 마시는 술을 뜻하는 혼술이 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이상 가구가 술을 사는 데 쓴 돈(월평균 1만5,673원)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2020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는 지난해 주류 트렌드(복수 응답)로 ‘혼술’(75%)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72%)을 꼽았다. ‘고상한 척하는 영국’에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도 앞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자 “혼술 하며 자축하겠다”고 할 정도다. TV에서도 혼술을 즐기는 연예인 일상이 나온다.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게 힘들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 혼술은 주류의 판도도 바꿨다. 혼술족이 맥주를 선호하며 지난해 가정용 맥주 판매액은 3조4,000억 원을 돌파했다. 수제 맥주를 만드는 '제주맥주'는 내달 코스닥까지 상장한다. 비상이 걸린 소주 업계는 알코올 도수를 내렸다. ‘처음처럼’에 이어 ‘진로’(이즈백)도 16.9도에서 16.5도로 낮아졌다. 1960년대 35도 소주는 화석이다. 와인도 인기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27% 급증하며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었다. 창업 아이템으로 치킨집보다 와인 판매점이 더 인기다.
□ 업종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편의점은 맥주캔 4개를 1만 원에 판매하는 마케팅으로 함박웃음이다. 안주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홈술족을 위한 가전도 뜨겁다. 일부 와인 냉장고와 수제 맥주 제조기 판매는 3배로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전통주나 와인을 주문하면 바로 배달해주는 앱, 캔맥주 구독 서비스, 음악과 사운드 효과로 술집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인터넷 사이트, 혼술 유튜브 방송 등도 등장했다. 그러나 주당들의 발길이 끊긴 식당과 술집 등 자영업은 울상이다. 대리기사들도 호출이 급감했다.
□ 거실에 혼술용 미니 냉장고를 마련해 맥주 등을 가득 채웠다.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한 혼술족은 무료함을 달래려고 거울 앞에서 한 번은 오른손으로 다음엔 왼손으로 술을 따라 마신다고 한다. 1인 가구 등을 감안하면 혼술은 앞으로도 주류다. 그래도 혼술보단 '떼술'이 그립다. 지인들과의 술자리는 인생의 큰 낙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마음 편히 만나 술잔을 기울일 날을 위해 오늘도 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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