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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떠난 뒤 '국민의힘-안철수' 샅바싸움 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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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힘을 합쳤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과 당 대표 선거 구도에 따른 합당 득실을 따지느라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안 대표도 마냥 느긋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합당 문제에 대해 "국민의당 의견을 받으면 우리 쪽 의견을 모아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대표 대행은 9일에도 "국민의당이 우리와 생각이 같다면 바로 합당할 수 있다"며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이전 국민의당과의 '선(先)통합'에 힘을 실었다.
안 대표는 일단 '선통합'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당대회 전 통합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국민의힘이 통일된 의견을 만들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합당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명확한 방안을 국민의당에 제시해 달라는 압박인 셈이다.
안 대표가 공을 넘긴 것은 차기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이해에 따라 합당 시기에 대한 견해가 갈리기 때문이다.
①'국민의당과 선통합 후 차기 지도부를 꾸리자'는 의견은 당권 주자들과 당 안팎의 중진들이 선호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후 국민의힘은 당을 이끌 강력한 리더십이 공백 상황이다. 차기 당권 주자들의 리더십도 김 전 위원장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때문에 국민의당과 합당한 후 '야권 통합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차기 대표가 '야권 통합 플랫폼'을 바탕으로 강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
②'차기 지도부를 먼저 꾸린 뒤 국민의당과의 야권 통합을 논의하자'는 주장은 당내 자강론을 앞세운 초선 의원들과 유승민계 의원들의 주된 생각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자력으로 쇄신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야권 통합의 성과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난해 21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 등이 모여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창당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전례가 있다. 당내 한 유승민계 의원은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면 당의 이미지는 바꿀수 있어도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당 체질 개선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장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기보다 '선(先)국민의힘 지도부 선출 후(後)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궐선거 승리에 대한 복기가 필요하다는 명분이지만, 차기 대선 주자에 나서기에 앞서 야권 통합은 물론 제3 지대의 경쟁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 시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안 대표의 입장이 마냥 느긋할 수만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시장 보선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국민의힘이 자체 쇄신에 나설 경우 통합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안 대표가 내미는 '청구서'에 대한 값을 다르게 매기지 않겠느냐"라며 "안 대표의 고심도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이 9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당시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느냐.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라고 안 대표를 직격했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12일 당 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오만불손하고 건방지다"며 "화합의 정치에 처음부터 끝까지 흙탕물만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또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전력까지 거론하며 김 전 위원장을 "범죄자 신분"이라고 비꼬았다. 안 대표가 이날 "이번 선거는 야권의 승리"라고 강조한 것도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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