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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언니'로 예비 유니콘 된 힐링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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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K팝 못지않게 K뷰티로 대표되는 미용강국이다. 특히 성형수술 등 미용의료는 패션 미용용품과 함께 K뷰티를 알리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일조한 것이 ‘강남언니’라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다.
이름만 들으면 유흥업소나 미용실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앱은 미용의료 정보를 전문으로 제공해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덕분에 이 앱을 만든 신생기업(스타트업) 힐링페이퍼는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힐링페이퍼와 ‘강남언니’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힐링페이퍼를 창업한 홍승일(39) 대표는 의사 출신이다. 연세대 화학공업학과를 졸업한 그는 의사가 되고 싶어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처음부터 정보기술(IT)과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영상의학과 의사가 돼서 원격진료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창업이 빨랐다. 그는 본과 3학년 때인 2012년에 친구들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의 건강관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힐링페이퍼를 창업했다. 그 바람에 그는 의사 면허만 취득하고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환자가 앱에 식사량, 운동량, 혈당 수치 등 생활 습관을 기록하면 주치의가 이를 보고 환자에게 적합한 처방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였어요.”
생각보다 의사들 반응이 좋았다. 세브란스병원의 지도 교수들까지 나서서 홍 대표가 만든 앱을 환자들에게 권했다. 그러나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했다. “카카오톡도 겨우 사용하는 나이 많은 만성 질환자들에게 20대들이나 쓸 법한 앱을 제공했어요. 이용자 분석 없이 의욕이 앞서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앱을 만든 것이 패인이었죠.”
이후 30대 여성들이 주로 걸리는 갑상선질환을 관리하는 앱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역시 잘 안 됐다. “갑상선약을 많이 먹으면 살이 빠지며 예민해지고 적게 먹으면 무기력해져요.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들이 날마다 상황을 기록하며 관리하는 앱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환자들이 기록하는 것을 힘들어하면서 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2015년에 새로 선택한 분야가 성형수술로 대표되는 미용의료다. 성형 분야에 집중한 이유는 이용자에 대한 확신과 의료법 제약이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의료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것이 만성질환이에요. 반면 미용의료는 시장이 작지만 새로운 것을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10대 후반에서 20대들의 관심이 많죠. 30대만 돼도 성형수술을 잘 하지 않아요. 또 미용의료는 의료법 제약이 적은 건강보험의 비급여 영역이에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은 의료법 적용을 받습니다.”
‘강남언니’라는 앱 이름도 이용자 층과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서 지었다. “20대 이하 이용자들에게 잘 아는 언니에게 물어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여기에 성형병원의 메카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상징성을 반영했죠.”
처음에는 성형수술에 대한 견적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했다. 앞과 옆모습, 전신 등 사진 3장을 찍어 앱에 올리면 병원에서 견적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여러 병원에서 견적을 받아 원하는 곳을 고르면 된다. “일종의 입찰 방식이죠.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문제로 견적 비교 서비스를 중단했어요.”
의사들은 이용자가 늘자 견적을 내주는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고 견적만 받고 병원을 찾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불만이었다. 이용자들도 의사들의 견적 제공이 소홀해지자 덩달아 불만이 커졌다.
홍 대표는 견적 비교 대신 이용자들이 몰리는 이용 후기 기능에 집중했다. 미용 의료 시장은 독특하다. 의료비가 표준화되지 않아 병원마다 정하기 나름이다. 그렇지만 이용자들은 최저가를 선택하지 않는다.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결심한 사람들은 평균 3개월가량 정보를 찾아보며 학습해요. 평생이 걸린 문제여서 그만큼 신중하죠. 그래서 비용보다 얼마나 수술이 잘됐는지, 병원 시설은 어떤지, 의사는 믿을 만한지 이런 정보들을 원하죠.”
홍 대표는 여러 사이트를 분석해 이용 후기를 차별화했다. 포털 블로그나 카페 등에 중구난방으로 올라오는 후기들과 달리 표준 양식을 정해서 이용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가격대, 병원 장비, 대기 시간과 이용자 만족도 등 병원의 친절 정도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양식을 만들었죠.”
그뿐만 아니라 수술 후 만족도까지 점수로 표시했다.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이면 잘하는 병원이에요. 국내에서는 성형수술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서 8점 이하 병원이 없어요. 8점대 병원이라고 수술을 못한다고 볼 수 없어요. 병원에 환자가 몰려서 오래 기다리거나 친절한 응대를 받지 못하면 평점이 8점대로 내려갑니다.”
홍 대표는 15명의 점검 인력을 따로 두고 정보의 사실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견적과 다른 비용을 받지 않는지, 추가로 이것저것 선택사양(옵션)을 붙여서 수술비를 올리는 업세일링을 하지 않는지, 상담원은 친절한지 등을 모니터링팀에서 수술 환자들에게 전화해 확인합니다.
여기에 홍 대표는 병원들이 자체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이벤트 페이지도 마련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에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와 의사들의 얼굴사진까지 나온다. “요즘 성형병원들은 환자에게 믿음을 주려고 경쟁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달아요. 일반병원과 다른 특징이죠.”
이용자들은 이렇게 올라온 병원 정보와 이용 후기를 수술 부위별로 세분화해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점이 강남언니의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홍 대표는 전체 직원 약 100명 가운데 30명이 개발자일 정도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덕분에 강남언니의 월 이용자 숫자가 200명 미만에서 2017년 3월부터 6만 명으로 뛰었다. 현재 강남언니 앱을 내려받은 이용자는 28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는 30만 명에 이른다. 이 같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총 230억 원을 투자받았다.
3년 동안 0원이었던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창업 후 2015년 이전까지 0원이었던 월 매출이 2017년 3월 1억6,000만 원으로 급상승했어요." 이후 매출은 연간 두 배씩 성장해 2019년 85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 매출이 120억 원으로 두 배 성장을 기록하지 못했다.
주요 매출은 500개 이상 병원이 개설한 이벤트 페이지에서 이용자들이 상담신청을 할 때마다 광고비를 과금해 올린다. “이벤트 페이지를 만든 병원은 각 분야별로 우선 눈에 띄죠. 네이버 쇼핑검색에서 광고한 곳이 우선 노출되는 파워링크와 유사해요. 병원들은 돈을 낸 만큼 이용자가 몰리니 열심히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어요."
병원 소개료는 의료법 위반이어서 받지 못한다.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경우에만 소개료를 받을 수 있어요. 국내 환자를 유치하고 수수료를 받으면 위법입니다. 대신 앱에 실리는 병원 광고비는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무시 못하죠.”
지난해 퍼진 코로나19는 국내 미용의료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톡스를 맞거나 레이저 처리를 하는 등 간단한 시술은 코로나19 이후 시장 규모가 40%나 줄었다. 반면 성형수술은 이용률이 20~30% 증가했다.
수술과 시술의 희비를 가른 것은 마스크가 아니라 재택 상황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었죠. 반면 외출하지 않으니 시술의 필요성은 많이 줄었어요. 그 바람에 시술에 집중한 병원은 폐업한 곳이 많아요. 또 외국 환자들이 오지 못하면서 외국 환자의 매출 비중이 높은 병원도 타격이 컸죠.”
강남언니 매출도 요동쳤다. “대규모 집회 등 코로나19 확산 변수가 터질 때마다 이용 후기 숫자가 뚝뚝 떨어졌어요. 월별 매출 움직임이 극적이었죠.”
홍 대표가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해외사업과 앱의 기능 강화다. 강남언니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도 유명하다. 그래서 홍 대표는 지난해 일본에 법인을 만들어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어 앱을 통해 성형을 원하는 일본 이용자들을 국내 병원에 유치하는 사업이다. 합법적으로 국내 병원에서 외국 환자 유치에 따른 소개비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제동이 걸렸다. 급기야 홍 대표는 일본 현지 병원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일본은 합법적으로 병원 소개비를 받을 수 있다. “아직은 사업 확대 차원에서 병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요. 하반기부터 소개비를 받을 예정입니다.”
강남언니는 일본에서 병원 정보 앱 가운데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 이용자만 25만 명이다. 지난해 10만 건의 이용 후기를 갖고 있는 일본 2위 서비스 루쿠모를 인수하고 일본 병원 350곳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사업을 확장한 덕분이다.
홍 대표는 올해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성형 정보 플랫폼 신양(So Young), 2위 업체 건메이 등과 손잡고 중국 사업을 하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앱에 예약과 결제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에 앱을 개선해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앱에서 간편하게 예약과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홍 대표는 한국 미용의료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래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안타깝다. “한국은 숙련도 높은 의사가 많고 관련 기술과 재료 등이 잘 발달했어요. 전 세계에서 최고로 치는 미용의료 재료는 대부분 국산이에요. 의료법을 개정해서 국내 병원과 스타트업들이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별한 것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 다른 나라는 되는데 우리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풀어 달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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