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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민주당은 '개혁을 덜 해서' 선거에서 참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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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을 못해 보궐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권리당원 A씨)
“개혁을 게을리한 당 지도부의 잘못과 실수도 크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
4·7 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친문(문재인) 성향 의원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개혁 실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국민이 “검찰·언론 등 적폐세력을 개혁하라”며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민심이 돌아섰다는 논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동안 각종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이전보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개혁은 중단 없이 가야 할 길”(정청래 의원), “검찰·언론개혁,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김용민 의원)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말로 개혁이 부진해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 안팎까지 치솟은 건 네 차례다. 이 중 세 차례가 정부·여당의 ‘강경’ 개혁 기조와 관계가 깊다. 12월 ‘추미애-윤석열 충돌'이 대표적 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닥쳤는데도 당정청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석열 몰아내기’에 집중하자, 부정 평가는 한 달 새 7%포인트(11월 46%→12월 53%) 올랐다. 올해 2월 민주당이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 등) 수사권을 모두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추진할 때도 부정 평가는 51%에 달했다.
지난해 각종 부동산 개혁 조치가 쏟아질 때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거꾸로 갔다. ‘갭 투자’ 규제를 강화한 6·17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인상하는 7·10 대책이 발표됐고, 민주당은 곧이어 임차인의 거주권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 ‘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했다. 법안 통과 당시 민주당에선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전세난민이 사라질 것”(김태년 원내대표)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이후 ‘전세 품귀→전셋값 상승→집값 상승’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문 대통령 부정 평가는 두 달 새 14%포인트(6월 33%→7월 44%→8월 47%) 급등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개혁과 민심의 괴리는 다른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지지자)들은 ①코로나19 대처(31%) ②열심히 한다(6%) 등을 이유로 꼽았다. 문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 '코로나19 대처'는 지난해 2월 이후 연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부정 평가한 이유로는 ①부동산 정책(40%) ②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7%) 등이 지목됐다. '부동산 정책' 또한 지난해 7월부터 부정 평가 이유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긍·부정 평가자를 통틀어 ‘개혁을 잘 추진해 지지한다’ 혹은 ‘개혁이 부진해 실망스럽다’는 응답은 비중 있게 거론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1일 “민주당 열성 지지층은 ‘검찰·언론개혁을 더 강하게 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반 민심은 ‘코로나로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개혁놀음이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또다시 당심에 치우치면 내년 대선에서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그동안 개혁을 더 강하게 안 했기 때문에 졌다’는 식으로 가면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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