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된 LG·SK '배터리 전쟁'… 합의금은 2조 원

입력
2021.04.11 12:00
수정
2021.04.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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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
양 사 사장, 화상회의로 막바지 협상 진행
2년 간 소송 비용 양사 합쳐 수천억 원 예상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자사의 배터리 셀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왼쪽)과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자사의 배터리 셀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각사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에 2년 넘게 계속된 '배터리 분쟁'이 합의금 2조 원으로 일단락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 사는, SK가 LG에 현재 가치 기준 총액 2조 원(현금 1조 원+로열티 1조 원)을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합의 성사 전까지 LG는 3조 원, SK는 1조 원에서 팽팽히 맞서왔다.

양 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합의한 이면에는 SK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K측은 9일까지만 해도 합의보다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을 더 크게 내비쳤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합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로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 소송과 ITC에서 진행 중인 2건의 특허 분쟁 소송 모두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거액의 소송·로비 비용을 사용한 탓에 부담도 적지 않다. 비영리 연구기관 CRP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가 투입한 로비 비용은 지난해만 각각 65만 달러와 53만여 달러로 약 6~8억 원에 달한다. 올해에 투입된 추가 비용과 로펌 고용 등 소송 비용까지 합치면 양사의 소송·로비 비용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합의 이면에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중재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ITC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양사에 합의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특히 SK측을 공격적으로 설득했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사업을 철수할 경우, 다른 그룹 계열사들의 미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합의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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