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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억울한 옥살이에 보상금 8억은 과연 적정한가?

입력
2021.04.12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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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때 성폭행 혐의 복역 후 석방 흑인 롱
경찰, 롱에게 유리한 증언 감춰...결국 무죄
보상금 75만달러 상한선 두고 소송 준비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44년간 수감됐던 로니 롱이 지난해 8월 석방된 뒤 언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44년간 수감됐던 로니 롱이 지난해 8월 석방된 뒤 언론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44년의 억울한 옥살이 보상금이 8억원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20세 때 감옥에 갇혔고, 풀려나기 6주 전 오매불망 자신의 석방만 기다리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이제 60대 노인이 돼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사연의 시작은 이렇다. 지금부터 45년 전인 1976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콩코드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였던 54세 백인 여성은 지역 유지의 미망인이었다. 그는 범인이 집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뒤 달아났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2주 뒤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흑인 남성 로니 롱(65)을 비롯해 용의자 13명의 사진을 제시했다. 피해자는 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롱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피해자가 최초에 묘사했던 성폭행범과 롱은 거의 닮은 점이 없었지만 피해자는 롱을 범인으로 찍었다.” 현지 언론 샬롯 옵저버가 전한 당시 수사 정황 설명이다. 자신을 공격했던 범인이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다고 한 피해자 진술도 결정적이었다. 용의자 중 롱만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이 시작됐지만 배심원은 전원 백인이었다. 검사 측 증인도 모두 백인이었다. 그에게 유리한 증거는 무시됐다. 롱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건 발생 시간 집에서 파티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 롱의 지문과 유전자정보(DNA)는 나오지 않았고 대신 다른 사람 것이 43건이나 발견됐다.

그러나 이런 증거들은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흑백 인종차별이 여전했던 1970년대, 그것도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진행된 재판이었다. 미 CNN방송은 “인종 역학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해석했다. 롱에겐 80년형이 선고됐다.

수감된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무죄를 항변했다. 가족과 지역 단체도 나섰다. 결국 미 연방 제4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재판 기록을 재검토한 뒤 경찰의 수사 잘못을 지적하며 롱의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력적인 인종 차별의 역사가 이 사건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사면된 롱은 최근 보상금에 항의하며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법 상 잘못된 판결로 옥살이를 하면 1년에 5만달러를 지급받되 상한선은 75만달러(약 8억4,000만원)다. 수감 생활 중 15년치만 보상을 받는 셈이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긴 여정이 이제 끝났다”라며 석방을 기뻐하던 롱의 욕심이 과한 것인가, 아니면 한 인생이 꼬인 대가로는 8억원이 너무 약소했던 금액인가. 감옥에서 나온 그는 45년 전 감옥에 갇히기 전 타던 자동차 브랜드인 캐딜락 차량도 샀고, 새 집을 살 계획이라고 했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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