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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느새 후진국이 되었나”... 니혼게이자이 파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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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에 “일본이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도발적 칼럼이 실렸다. 디지털·환경·젠더·인권 등 다방면에서 일본이 선진국이라 불리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탄식하며 그 원인으로 시대에 뒤처진 정치·행정 체제를 지목한 내용이다.
‘어느새 후진국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니혼게이자이의 ‘다이키쇼키(大機小機)’ 코너에 지난 9일 실렸다. 주식시장을 다루는 ‘시장종합 2면’에 게재되는 다이키쇼키는 192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익명 칼럼 연재로, 코너 이름은 대승불교 용어에서 왔다. 외부필자 50여명이 돌아가며 쓴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 필자 이름은 신문사 내부에서도 공개돼 있지 않다고 한다. 익명 칼럼인 만큼 쓴소리나 대담한 문제제기도 많다.
이번 필자가 일본이 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 느낀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였다. 백신 제조에서 일본은 미국,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개발국에 끼지 못한 것은 물론 인도 같은 생산거점도 아니다. 백신 접종률은 세계에서 100번째다.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도어 전 최고경영자(CEO)도 트위터에 “일본은 백신 후진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기업도 정부도 눈앞의 이익만 좇는 안이한 ‘이노베이션(혁신)’에만 치중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본원적 ‘인벤션(발명)’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칼럼은 “디지털 후진국도 분명하다”며, (코로나 감염자) 접촉 확인 애플리케이션은 기능에 문제가 있었으나 이를 신속하게 파악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등 행정의 디지털화가 크게 뒤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고속통신 규격 5G 경쟁에도 참가하지 못했고 한때 특기였던 반도체는 미국, 한국, 대만에 뒤처졌다.
환경과 젠더, 인권 등 선진국이 지향하는 가치관 면에서도 일본은 뒤떨어졌다고 필자는 평가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유럽과 중국에 뒤졌고 전기자동차도 처졌다. 온실가스 저감 목표 설정도 늦고 구조전환을 해야 하는 각오도 부족하다. 성평등지수는 세계 120위권 후진국이다. 독일이나 뉴질랜드에서 여성총리가 코로나 시대에 활약했지만 일본에는 여성 정치인이 극소수다. 필자는 20명이나 되는 일본 게이단렌(??連·한국의 전경련 격) 부회장에 여성 경영자가 겨우 1명 뽑혔다고 화제가 되는 현실을 착잡해 했다. 중국의 인권 문제나 미얀마군의 폭력적 진압 등 인권 이슈에 대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필자는 일본이 이렇게 된 배경으로 정치와 행정을 꼽았다. 정부가 책임도 지지 않고 창의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거버넌스(통치체제) 자체가 문제라면서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과학적 정신과 인도주의에 입각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자본주의를 다시 단련하지 않는 한 선진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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