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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을 지휘하는 한 그루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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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쏟아졌다. 산책로에는 채 피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봄꽃들이 길바닥에 점묘화처럼 흩어졌다. 4월 이맘때면 바람에 실린 꽃향기가 무척 그리워진다.
비오는 지난 주말 봄꽃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경기 광주시 한 수변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도 한참 꽃을 피워야 할 벚꽃들이 빗방울과 함께 우수수 땅에 떨어져 있었다. 떨어진 꽃잎들을 피해 조심조심 산책로를 걷다 보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직 겨울 티를 벗지 못한 갈대숲 한가운데에 봄 전령사처럼 서 있는 한 그루의 연녹색 나무였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갈대들이 춤을 추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는데, 우뚝 솟은 나무는 갈대들이 내는 자연의 화음을 지휘하듯 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벌써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淸明)도 지났다. 이제 만물은 싹을 틔우고 산과 들은 눈이 시리게 푸르러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대지는 봄꽃의 빈자리를 짙은 푸르름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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