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유행 진입했는데 거리두기 그대로…골든타임 또 놓치나

입력
2021.04.09 17:28
수정
2021.04.12 14:26
1면

4차 유행 진입...1, 2주간 확진자 더블링 위험?
3차 유행 때 늑장 대응으로 1,000명 찍었는데?
이번에도 거리두기 유지하고 핀셋 방역만
수칙 또 수칙...내주엔 '특단 대책'까지 예고

9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기존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앞으로 3주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뉴스1

9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날 기존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앞으로 3주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뉴스1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700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다음 달 초까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부산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서민 경제에 미칠 타격이 크고 방역 실효성도 낮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확산 양상이 '4차 유행'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의료계에선 그런데도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그대로 둔 채 4차 유행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거리두기 체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만큼 정부가 마련해둔 개편안을 빨리 도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흥시설 영업제한 '부활'...실효성 있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일 회의를 열고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12일부터 다음 달 2일 자정까지 3주 더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단계는 그대로지만 수도권과 부산 등 2단계 지역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조치가 다시 적용된다. 대상은 룸살롱·클럽·나이트 같은 유흥주점업, 단란주점, 헌팅포차·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홀덤펍 등으로 수도권의 경우 약 1만5,000개소가 해당된다. 또 백화점이나 3,000㎡ 이상의 대형마트에선 시식과 견본품 사용을 할 수 없고, 휴게실이나 휴식용 의자 이용도 금지된다.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한다.

방역당국은 그래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음식점·카페 등에 대한 영업 제한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즉각 앞당기기로 했다. 아울러 수도권에서는 의사나 약사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권고받으면 반드시 48시간 이내에 검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3주간 시행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고 감염이 확인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벌금 200만 원을 부과하고, 치료비·생계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며, 구상권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버틸만하다' 잘못된 신호 줄 것"

방역당국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양상이 4차 유행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차 유행 전 정체기가 10주간 진행되다 지난주부터 확진자 수가 500명대로 증가하고, 금주 들어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1, 2주 만에 확진자 수가 지금보다 두 배로 증가하는 '더블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지 않았다. 거리두기 단계 기준인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3~9일 559.3명으로, 2.5단계에 해당한 지 한 달째다. 정부는 △피로도 누적 △서민경제 악영향 △의료체계 여력 등의 이유를 거론했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5단계로 올리면 광범위한 집합금지와 운영시간 제한을 받게 되는 데다, 요양병원 등 고령층 대상 선제관리를 통해 위·중증 환자 수가 크게 줄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정부는 3차 유행 초기에도 단계 격상을 미루다 600명대를 넘어선 뒤에야 수도권에 2.5단계를 적용했다. 늑장 대응으로 환자 수는 결국 1,000명대를 찍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자신들이 만든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으며 국민들에게 '아직은 버틸만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거리두기 개편안 빨리 적용해야"

확진자가 많이 나온 일부 시설에 대해 정부가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조치만으론 확산세를 억제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높다. 더구나 강화 조치도 모호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가령 유흥업소 집합금지 조치를 적용하면서, 자율적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 지자체가 집합금지를 밤 10시 운영시간 제한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방역 협조가 잘되는 지역은 시도나 시군구청에서 완화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방역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영업제한 시간을 당기고 거리두기 단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역당국 스스로 인정했듯이 코로나19 유행은 이미 4차 시기에 진입했다. 현행 방역 강도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은 채 확진자 수가 줄어들길 기다리다간 '골든타임'을 또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 조치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3주간 강도 높게 이행할 것"이라며 "다음 주 초에 방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핀셋 조치'들이 잇따라 추가되면서 가뜩이나 방역수칙이 복잡해졌는데 여기에 또 다른 대책이 추가된다고 예고한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기존 거리두기 체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허점 많은 제도였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새로운 규제를 내놓으며 혼란을 주기보단 이미 마련해놓은 거리두기 개편안을 빨리 적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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