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선에 강남 집값 꿈틀? 재건축 불가능, 오히려 하락세"

입력
2021.04.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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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의 분석
"강남 재건축 기대? 吳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어"
"매수 우위 시장 돼…집값 하향 안정화로 갈 것"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 3구 집값이 오를 것이란 관측과 달리 실제 보합·하락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재개발·재건축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시장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로, 오 시장 재임 기간에는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부동산 전문가인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는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시장이 (선거 때)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냈지만, 서울시장이 '여기 50층 올려라'라고 한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있고, 시 의회 공청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도시계획위원회들의 임기는 2022년 2월까지인데, 이분들이 1년간 준비해 서울시 2040플랜을 세운 지 얼마 안 됐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확 바뀔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2040플랜'은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35층 룰'을 택하고 있다.

그는 이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재선이 돼도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 체계화가 많이 됐기 때문에 (시장)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압구정동 한 달간 9개만 거래, 매수 우위 지수 떨어져"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 간부와 첫 인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 간부와 첫 인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교수는 실제 재건축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강남 3구의 집값은 하락세 또는 보합세라고 평가했다.

그는 "거래량이 못 받쳐주고 있다. 강남 3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살펴보니 1만~2만 가구 되는 압구정동에서 한 달간 9개가 거래됐다"며 "(강남 3구에서 거래된) 500개 중 53개가 신고가를 올렸고, 나머지 450개는 하락이나 보합"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과 2·4 부동산 대책 효과로 '매수 우위 시장' 추세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매물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집을 살 수요자가 적다는 뜻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 점차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게 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작년 9월에는 (매매와 전세, 월세 물량이) 약 5만 건이었는데, 현재 8만4,000개로 늘었다. 매물이 계속 쌓여갈 것"이라며 "실제 시장에선 (집값) 하락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매수 우위 지수로 보면 '영끌(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할 시점에 170 정도였다. 팔려는 사람은 100명인데 사려는 사람이 170명이란 얘기"라며 "지금은 6주째 수치가 계속 하락해 75.3까지 내려왔다. 이 수치는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셋값도 하락세, 거래량 감소…마포·강동 2주째 하락"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한 교수는 또 "수요자가 매수를 안 하는 방향으로 터닝한 게 2,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나 강동구는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이 2주째 연속 하락했다"며 "정부가 ①4월 신규택지 후보 발표 ②5월 공공재개발 후보지 추가 발표 ③7월 사전 분양을 시작하는 등 공급 물량이 계속 나오면서 (집값은) 하향 안정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한 교수는 전셋값도 하락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도 (매매와) 마찬가지다. 마포나 강동은 2주째 연속 하락하고 있다"며 "전세 가격 자체도 하락하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3법이 나왔을 때 비싸게 받으려고 임차인을 내보내 매물을 내놨는데 안 팔리는 것"이라며 "안 팔리다 보니 전세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전세 선회로 전세 물량이 계속 늘고, 이제 임계점이 오니 가격 하락이란 데이터가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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