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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학이 살아남는 길

입력
2021.04.12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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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상승 탓에 100여 년 만에 가장 일찍 핀 벚꽃이 매서운 비바람에 속절없이 져버렸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갑작스러운 비대면수업 여파로 위기를 맞은 대학가에도 몰락에 대한 우려가 짙어졌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가의 속설처럼 상당수의 지방대학들이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원 미달사태로 존폐의 기로에 섰으며, 서울·수도권 대학에서도 신입생 추가모집이 대거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 청년 체감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26.8%를 기록하는 등 대졸 청년들의 구직난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대학의 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된 세계적인 흐름이다. ‘파괴적 혁신’을 주창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2030년을 전후로 미국 내 대학의 절반이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역시 “교육의 비대면화로 2030년에는 전 세계 대학의 50%가 사라지고,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교육기업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이러한 예측은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학자금 반환소송이 진행되는 등 교육의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반면 스탠퍼드대학의 앤드류 응 교수가 설립한 ‘코세라(Coursera)’나 하버드와 MIT가 공동으로 만든 ‘에덱스(edX)’와 같은 온라인공개강좌(MOOC) 플랫폼에는 전 세계의 학습자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전문대 학위에 견줄만한 자체 온라인 전문가과정을 통해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학교로 부상했다.

문제는 대학의 위기가 비단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의 몰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과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 대학은 산업현장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쩐의 전쟁’을 방불케한 IT업계의 개발자 연봉인상 출혈경쟁이 방증하듯, 국내 기업들의 IT 전문인력 구인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케케묵은 ‘수도권대학 정원제한’에 발이 묶인 대학들이 급변하는 산업현장과 괴리되면서 인력수급의 양적·질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기업의 53%는 인력난으로 인해 AI 도입 및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속한 디지털전환의 장애요인으로 직원들의 역량부족을 꼽고 있다. 결국 한시가 급한 기업들이 임직원은 물론 잠재력 있는 청년들의 디지털 직무 능력 배양에 직접 나섰다. 삼성, 한화, NHN, 우아한형제들 등 많은 기업이 자체 SW 아카데미를 통해 필요인력을 직접 양성하거나 KAIST와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과의 협업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내년까지 부족한 SW개발자 수만 3만 명이 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산발적 오프라인 육성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결국 턱없이 부족한 IT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국내 기업들과 대학이 함께 힘을 모아 ‘기업연계형 온라인강좌’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학교 안팎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생들의 취업률을 제고하는 한편, 학교의 문턱을 낮춰 성인들의 재교육 수요와 평생교육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최악의 구직난과 구인난이라는 대학과 산업의 모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의 밀결합이 시급하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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