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손정의 회장, 국내 스타트업에 아이유노에 1,800억원 투자…”쿠팡 이어 두 번째 유니콘 될 것”

입력
2021.04.09 10:06
수정
2021.04.09 15:57
구독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에 1억 달러가 넘는 통 큰 투자를 했다. 손 회장이 한국 기업에 직접 투자한 것은 쿠팡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스타트업 아이유노미디어그룹은 9일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1억6,0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투자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설립된 아이유노는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영상에 여러 나라 말로 자막과 녹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지금은 영국으로 본사를 옮겨 34개국에 67개 지사를 두고 80개국 이상의 언어로 자막과 다국어 녹음 등을 제공하며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창업자인 이현무 대표는 2002년 유학 비용을 마련하려고 번역업체에 취직했다가 거기서 만난 동료 3명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딴 아이유노를 만들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사업이 힘들어 폐업 위기까지 몰렸으나 싱가포르로 나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를 상대로 사업을 하며 기사회생했다. 이 대표는 지금도 싱가포르에 머물며 경영을 한다.

이현무 아이유노미디어그룹 대표. 아이유노 제공

이현무 아이유노미디어그룹 대표. 아이유노 제공

2018년에 아이유노를 발굴해 240억원을 투자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아이유노의 경쟁력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력과 비용에서 찾았다. 이준표 대표는 “아이유노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자막 번역 작업을 하고 AI로 번역을 하면서 경쟁사들보다 비용을 크게 낮췄다”며 “수 많은 OTT 업체들이 아이유노에 자막 및 녹음 작업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능성을 높게 본 이준표 대표가 손 회장에게 아이유노를 소개하면서 비전 펀드의 투자로 이어졌다. 이에 이현무 아이유노 대표는 올해 초 영상회의 시스템인 ‘줌’으로 손 회장에게 직접 기업 소개를 했다. 이를 지켜본 손 회장은 AI를 활용한 사업을 높게 평가하고 쿠팡의 뒤를 잇는 유니콘(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후문이다.

아이유노는 2019년 유럽 1위 자막기업 BTI스튜디오를 합병한데 이어 올해 미국 1위 SDI미디어를 인수해 영상을 현지화하는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아이유노는 구체적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약 3조원대인 세계 시장에서 2위 업체인 미국 딜럭스보다 4배 이상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유노는 세계 시장이 약 20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규학 비전펀드 매니징 파트너는 “아이유노는 소규모 수작업에 의존하던 영상 현지화 작업을 디지털로 바꾼 주역”이라며 “자막과 다국어 녹음은 AI와 결합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어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이유노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기술 개발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현무 아이유노 대표는 “국내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 기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AI를 활용한 자동 번역과 깨끗한 음성 녹음 기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