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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눈 피하지 않은 김태현 "뻔뻔하게 숨 쉬는 것도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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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9시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 현관 앞.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이 포토라인에 섰다. 경찰이 이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서울 동부구치소로 수감 장소를 옮기는 길이었다. 트레이닝복과 운동화 차림의 김태현은 모자를 쓰지 않았지만 머리를 내리고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절반쯤 가린 상태였다. 목에는 커다란 밴드가 자해 상처를 덮었다. 한 시민은 "김태현을 사형하라. 사형제도를 부활하라"고 내내 소리쳤다.
포토라인 앞에 모여든 수십 명의 취재진을 찬찬히 응시하던 김태현의 첫마디는 "일일이 답변을 다 못 드릴 거 같은데 이 부분 양해를 구하고 싶다"였다. 취재진이 '피해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고 묻자 김태현은 자신을 양쪽에서 붙잡고 있던 호송 경찰관들에게 "잠깐 팔을 놔달라"고 하더니 무릎을 꿇었다. 이어 수십 대의 취재용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이렇게 뻔뻔하게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살아있는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가족과 피해 입은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머리를 한동안 수그렸다. '왜 죽였나'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고개를 숙인 동안 날아든 질문에는 꼬박꼬박 "죄송하다"고 답했다.
몸을 일으킨 김태현은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에게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면목이 없다"고 답한 뒤 마스크를 벗어줄 수 없냐는 요청에 응했다. 입 주변과 턱에는 깎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했다.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나' '범행 후 왜 자해 시도를 했나' '3일간 범행 현장에 머물며 무얼 했나' 등의 질문에 연신 "죄송하다"던 그는 마스크를 도로 쓴 뒤에도 질문이 이어지자 "죄송하다고만 말씀드리겠다"고 대꾸하고는 경찰서 입구에 대기 중인 호송차로 이동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김태현에게 살인,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북부지검에 송치했다.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김태현을 현장에서 검거한 경찰은 자해 부위 치료를 기다렸다가 이달 1일 정식 체포했다. 2, 3일 두 차례 조사를 마친 뒤 4일 김태현을 구속했고 전날까지 총 6차례 범행 과정과 동기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을 감안해 프로파일러 4명을 투입해 김태현의 심리 상태를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세 모녀가 사는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범행 현장 인근 슈퍼에서 훔친 흉기로 세 사람 모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 A씨를 스토킹해 왔고, 범행 당일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가장해 집에 침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후 현장에서 자해해 장시간 의식을 잃었고, 도중에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갈증을 해결하려 냉장고에 있던 술과 음료를 꺼내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관련보도 [단독] '세 모녀 살인' 김태현은 사이코패스? 경찰 "아니다"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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