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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초한전(超限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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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미국의 현대 중국 이해에 영향을 미친 책 중 하나가 1999년에 나온 ‘초한전(超限戰)’이다. 영어판은 ‘무제한 전쟁’(unrestricted war)이란 제목에 원저에 없는 ‘미국 파괴를 위한 중국의 마스터 플랜’이란 부제로 출간됐다. 저자들이 판권을 허락한 적 없는 해적판인데 지금도 구글에서 쉽게 미 중앙정보국(CIA) 산하 해외방송정보국(FBIS)이 번역해 PDF파일로 올린 것을 무료로 볼 수 있다.
□ 그보다 3년 전, 대만 리덩후이 총통의 독립 추진은 3차 대만해협 위기로 치달았다. 탄도미사일로 위협한 중국에 미군은 2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해 대응했다. 중국이 훈련을 중단하면서 위기는 가라앉았으나, 미군의 압도적 무력을 목도한 공군대령 차오량과 왕샹수이는 흑선에 놀란 사무라이처럼 미군을 이길 병법을 찾게 된다. 앞서 1991년 걸프전의 화려한 첨단무기를 경험했던 이들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초한전’은 전쟁에선 무력의 경계를 넘고, 수단을 초월해 국익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래 전쟁 24전법을 제시한다.
□ 테러리즘전을 설명하며 2년 뒤의 9·11테러를 정확히 예견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인의 군사경전으로 평가된 책은 8개 국어로 번역되어 미 해군대학 교재로 사용됐고, 미군 전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 탓인지 미중은 지금 외교, 무역, 기술, 언론, 제재를 동원해 사실상 초한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공세는 거칠어지고, 중국은 만만찮은 상대로 성장했다. 7일에도 대만해협에서 미 구축함 매케인함이 무력 시위를 하자, 중국은 대잠초계기와 전투기 등 15대를 보내 무력을 과시했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미국을 향해 중국은 보복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 국내 군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정보사의 초벌 번역본이 돌기도 했던 이 책이 22년 만에 국내 번역됐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두 저자는 그동안 네 가지 중국어판이 나왔으나 본문은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았다며, 책이 시간의 검증을 견뎌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20세기 말 세계를 조망한 중국 군인들의 놀라운 안목과 자존심이 어디서 나왔는지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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