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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편도 아닌, 무능을 참지 않는 '중도'의 힘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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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의 선택은 국민의힘이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안긴 중도층은 불과 1년 만에 변심했다. ‘촛불’을 고리로 견고하게 유지될 줄 알았던 문재인 정부·민주당과의 관계를 칼같이 정리했다.
4·7 재·보궐선거를 거치며 중도의 속성이 확인됐다. ①중도는 누구의 편도 아니어서 언제든 훌쩍 거처를 옮길 수 있다. ②중도는 무능·오만·위선을 인내하지 않는다. 중도층의 위력과 냉정함을 확인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까지 남은 11개월간 중도의 마음을 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중도층은 영영 보수의 편이 아닐 것만 같았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진보세력 20년 장기집권론'도 '중도가 영원히 진보 편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과거 중도층의 '보수 거부 반응'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직후인 2017년 3월 3주차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고작 6%에 그쳤다. 같은 해 5월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24.03%였다. 고정 보수층이 3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도가 자유한국당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총선 직전인 4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중도층 지지율은 19%로, 민주당(35%)의 반토막이었다.
중도층은 그러나 정확히 1년 만에 돌아서서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한 ‘쇄신 시리즈’가 국민의힘을 다시 보게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8일 “김 위원장이 광주에 가서 무릎을 꿇고 기본소득 강령 도입 같은 약자를 위한 이야기를 했을 때 중도층은 ‘보수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념에 사로잡힌 보수, 진보와 달리 중도는 몸이 가볍다. 실용·실리를 중심으로 유연한 선택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명박·박근혜의 정당에 투표할 순 없다"는 건 중도의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현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며 “'내 삶을 조금 더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쪽이 누구냐'와 관련해 중도는 당청이 답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까발려진 보수의 무능·부도덕, 보수의 변방에 똬리를 튼 극우의 존재에 중도층은 치를 떨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몰표를 준 것도, 지난 5년간 국민의힘에 곁을 주지 않은 것도 '국민의힘이 더 무능하고 부도덕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1년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중도는 흔들렸다.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으로 치러졌다는 점, 그럼에도 민주당이 공천을 했다는 점, 국회 입법 독주와 김상조·박주민의 부동산 내로남불에 민주당이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는 점 등이 차곡차곡 쌓였고, 중도는 '민주당도 만만찮게 무능하고 부도덕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가차없이 민주당을 심판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소장은 “중도층은 특정 정치 세력이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기준을 넘어서면 응징한다”며 “박근혜 정부 때 그래서 촛불을 들었고, 이번엔 민주당에 대해 ‘이건 심하지 않으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진보가 팽팽하게 맞붙으면 중도를 잡는 쪽이 이긴다'는 명제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선명하게 입증됐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 중도 민심이 대선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고, 민주당은 쇄신과 성찰을 통한 중도 탈환을 노린다. 중도가 국민의힘에 정박한 것은 아니다. 실망을 안긴 민주당을 일단 떠난 것에 가깝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중도층이 언제든 다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당이 쇄신하고 방향성을 재조정해 나가면 중도층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고, 국민의힘이 자만하면 금방 지지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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