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방법

입력
2021.04.08 20:00
25면

편집자주

그 어느 때보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힐링이 중요해진 지금,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넓은 의미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과 과학, 기술 안에서 찾고자 합니다.


우리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불확실성이다.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가장 어렵다. 실제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와서 해결해야 한다면 힘들더라도 해결하면 된다. 또는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아예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어떠한 어려움이 코앞까지 닥쳐와 있는데 언제 그것이 나를 덮칠지 모를 때 사람들은 가장 큰 불안감을 느낀다.

리처드 웨스톨(1765~1836)의 '다모클레스의 검', 1812. ⓒWikimedia Commons

리처드 웨스톨(1765~1836)의 '다모클레스의 검', 1812. ⓒWikimedia Commons

그리스 신화에는 이러한 불안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하나 있다. 바로 '다모클레스의 칼' 이야기다. 왕좌 위 천장의 가느다란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는 날카로운 칼을 가리키는 이야기인데, 그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매순간 불안감이 극대화된다. 이 이야기는 모든 권력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위치에 있는지 말해주는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는 늘 불안해할 이유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예측 가능한 아픔은 견딜 만하다. 이빨을 뽑든, 주사를 맞든, 한 번 경험해서 어떠한 아픔인지 알고 나면 덜 아프다. 뇌에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생기는 아픔에 대한 불안(Anxiety)은 통증에 대한 역치를 낮춰서 같은 자극도 더 아프게 느껴지게 하는 반면, 어떤 아픔인지 경험하고 나서 생기는 두려움(Fear)은 통증에 대한 역치를 높여서 같은 자극도 덜 아프게 느껴지게 한다. 비슷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불안과 두려움의 차이는 경험의 차이로 만들어지고, 그 경험의 차이가 아픔의 차이를 만든다. 뇌는 경험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의 선택을 선호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두렵더라도 아픔을 그냥 겪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경험을 얻기 위해 아픔을 그냥 겪으라고? 다음 번에는 조금 덜 아프다고 해서 계속 아픔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모든 아픔이 같지는 않다. 어떤 아픔은 나를 죽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만약 '다모클레스의 칼'이 정말로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면 나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정말로 칼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면 사실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모든 불안과 고민은 칼이 떨어질지 안 떨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생겨난다. 뇌는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도 예측해내려 노력하지만 사실 인생은 늘 불확실하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며, 살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 어떤 의미에서 칼은 늘 내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SF 작가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의 작품에 등장해 널리 인용되는 문장 하나가 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늘 그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의 '평온함의 기도(Serenity Prayer)'로 알려지기도 한 이 문장을 이과의 언어로 풀어보면 50:50의 불확실성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삶이라는 함수의 결과값이 궁극적으로는 늘 1 아니면 0의 값에 수렴한다는 점을 기억해 선택하라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다모클레스의 이야기에서도 칼이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주인공은 매우 행복하게 권좌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뇌는 수없이 많은 가능성들을 만들어내지만, 가능성들의 결과는 결국 한 가지로만 나타난다. 삶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스스로 선택한 결과를 믿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칼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 외의 아픔은 경험이다.

장동선 뇌과학 박사
대체텍스트
장동선뇌과학 박사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