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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전도사’가 인터뷰를 거부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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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낯선 과학책을 수다 떨 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읽어본다, SF’를 썼던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뜬금없는 질문부터 던져보자. 지금으로부터 197년 전인 1824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조선에서는 정조를 이은 스물세 번째 왕 순조가 다스리고 있었다. 외척의 세도 정치가 시작되면서 조선이 쇠락해가던 때였다. 바로 이때 유럽에서는 한창 새로운 발명품이 세상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그 가운데 전기 자동차가 있었다.
1824년, 헝가리 발명가 안요스 예들리크가 최초의 전기차를 발명했다. 독일의 카를 벤츠가 1885년 최초의 내연 기관 자동차를 발명한 시점보다 무려 61년이나 앞섰다. 세상에 나온 전기차는 수십 년간 성능도 조금씩 나아졌다. 1899년 벨기에 발명가 카밀 즈나치가 만든 개량된 전기차는 처음으로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로 달렸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대세는 전기차였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 세 대 가운데 한 대는 전기차였다. 시동을 걸기가 편하고, 내연 기관 자동차와 비교해서 소음과 냄새가 없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1901년 미국에서 유정이 하나둘씩 개발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대량 생산으로 내연 기관 자동차가 싸지자, 전기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가 부활하고 있다. 전기차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전기차는 운행 중에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기체나 미세 먼지 같은 오염 물질을 내놓지 않는다. 인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기후 위기라는 사실, 또 일상을 고통스럽게 하는 미세 먼지를 염두에 두면 전기차는 대세가 되어야 마땅하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기욤 피트롱이 쓴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은 이 대목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테슬라 같은 전기차 회사의 주가에는 관심이 있지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나 전동 모터가 어떤 원료로 만들어지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당연히 배터리나 전동 모터를 만들 때는 지하자원, 특히 금속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의 전동 모터를 만들 때는 네오디뮴과 같은 흔히 희토류(稀土類)라고 불리는 희귀 금속이 포함된 자석이 쓰인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의 양이 적다고 하더라도, 전기차 산업 전체를 염두에 두면 그 양은 무시 못 할 정도로 늘어난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다.
희토류는 이름처럼 ‘자연계에 아주 드물게 존재하기에’ 땅에서 캐내는 일이 어렵다. 희토류의 한 종류인 세륨 1㎏을 얻으려면 15톤짜리 바위를 쪼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돌을 빻은 다음에 황산, 질산을 이용해서 가능한 한 순수한 희토류 금속을 얻어내는 일은 말 그대로 ‘더럽고’ ‘위험한’ 일이다. (희토류 1톤을 얻는 데에 물 20만 리터가 쓰인단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이런 더럽고 위험한 일은 사양 산업으로 지목되어 사라졌다. 대신, 중국 네이멍구 바우터우 근처의 광산에서 전 세계로 공급되는 희토류의 70퍼센트 정도가 생산된다. 이곳에서 공급된 희토류가 전 세계의 전기차, 휴대전화, 풍력 발전기 등의 원료로 쓰인다. 그 과정에서 광산 주변 주민은 환경오염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이 책은 전기차 같은 그린 뉴딜 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희귀 금속의 상당수를 중국 한 나라에 의존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중국 혐오 정서에 기댄 호들갑스러운 음모론을 걸러서 읽더라도, 이런 지적은 숙고할 만하다. 실제로 중국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갈등을 빚을 때, 공공연하게 희토류와 같은 자원을 무기로 삼았으니까.
기욤 피트롱은 이 책을 쓰면서 여러 차례 제러미 리프킨 같은 그린 뉴딜 전도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단다. 희귀 금속 확보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가 밝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프킨은 단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리프킨의 ‘글로벌 그린 뉴딜’(민음사) 같은 책과 비교하며 읽기를 권한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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