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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혈전 논란에 60세 미만 접종 결국 일시 중단 ... '11월 집단면역' 멀어지나

입력
2021.04.07 20:20
수정
2021.04.08 08:47
1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분주하고 있다. 뉴스1

2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분주하고 있다. 뉴스1

60세 미만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중단됐다.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인력 등에 대한 예방 접종 시작일인 8일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이다. AZ백신 접종 뒤 혈전증 진단을 받은 사례가 유럽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생기자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7일 '코로나19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이번 주에 새롭게 AZ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대상자들은 시작 시기를 연기하고, 이미 예방접종이 진행 중인 대상은 60세 미만 접종 대상자는 한시적으로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현재 열리고 있는 유럽의약품청(EMA) 총회에서 AZ 백신과 일부 특이 혈전 발생 간 연관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임에 따라 그 결과를 확인하고 추진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하였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선제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유럽의약품청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8일로 예정됐던 특수교육·보육교사, 보건교사, 어린이집 간호인력, 9일로 예정됐던 취약시설 종사자 14만2,202명의 접종이 연기됐다. 또한 예방접종이 진행 중인 60세 미만 3만8,771명의 접종도 보류됐다. 총 18만 명의 예방접종 일정이 전면 연기된 것이다.

이번 접종 연기 결정은 AZ 백신의 혈전 생성 논란이 국내외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진단은 이날 의료기관 종사자인 20대 여성이 지난달 17일 AZ 백신을 접종한 뒤 같은 달 29일 혈전증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접종 후 혈전 의심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AZ 백신을 접종한 유럽은 더 복잡하다. 독일만 해도 AZ 백신 접종자 10만 명당 1명, 60세 미만 여성으로 한정하면 4만6,512명 중 1명에게서 혈전증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 때문에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은 고령자에게만 AZ 백신을 맞히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약품청은 우리 정부의 접종 연기 발표 이후 이뤄진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매우 드문 혈전 사이에 "가능한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의약품청 백신 전략 담당자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Z 백신과 혈전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럽의약품청은 지난달 18일 "AZ 백신과 혈전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혈전 사례가 계속 쌓이자 재검토에 나선 바 있다.

유럽의약품청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 정부의 AZ백신 접종을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유럽 각국들이 EMA의 판단을 근거로 접종 중단을 결정할 경우 국내 백신 접종 계획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2분기 접종 계획을 보면 접종 대상자 1,150만 명 중 770만 명은 AZ 백신을, 380만 명은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물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AZ 백신 접종 비중이 절대적이다. 거기에다 2분기 접종 대상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 1·2학년 교직원이나 돌봄인력 등의 성인들이 포함돼 있다. 물량도 적은데 접종 대상까지 줄이면 장기적으로 '11월 집단면역 형성' 계획까지 일그러질 수 있다.

다만 발생 확률이 매우 낮고 치명적이지 않다면 접종을 전면 중단하기보단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 정보와 국내 상황을 바탕으로 위험과 이익을 판단해보고 위험이 크다면 접종연령 제한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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