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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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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소수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1999년 개혁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팻 뷰캐넌에게 져 완주하지 못했다. 개혁당을 창당하고 1992ㆍ96년 대선에 출마했던 억만장자 로스 페로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정치 스승이다. 트럼프는 “워싱턴 정치인은 부패했으며,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고, 노동자 계층을 무시한다”는 페로의 주장을 반복하며 2016년 대통령이 됐다. 페로는 2019년 숨지기 직전 트럼프의 재선 캠프에 거액을 기부하며, 트럼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4ㆍ7 재·보궐선거에서 소수 후보들의 공약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선거 기간 내내 미래에 대한 비전은 뒷전이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에 주력했던 양대 정당 후보에게 선뜻 마음을 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에는 10명의 소수 후보가, 부산시장에는 4명이 나섰다. 감춰야 할 과거도, 지켜야 할 기득권도 별로 없는 이들 소수 후보는 저마다의 공약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들 중에도 향후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이 있을지 모를 일 아닌가.
□ 소수 후보 공약에는 양대 정당이 담지 못할 참신한 공약들이 눈에 띈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손상우 미래당 후보는 요양보호사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화 도시 부산의 미래는 국경을 넘는 공항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턱을 넘는 보행 친화 도시에 있다”며 ‘신공항 말고 보행도시’ 공약을 앞세웠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4위를 차지했던 신지예 후보는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탄소 한계선’과 서울 시민이 누려야 할 ‘생활 기준선’을 제시하며 현 서울시 정책 수정을 약속하는 전문성을 과시했다.
□ 유권자를 낯뜨겁게 하는 후보도 있다. 단골 출마자 허경영 서울시장 후보가 이번에는 미혼자에게 매달 연애 수당 20만 원을 주는 ‘연애 공영제’를 공약했는데, 정작 자신은 “서울시장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정동희 무소속 후보는 후보 토론회에서 발언 때마다 자신이 쓴 책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 출마 진의를 의심하게 했다. 민주주의 축제인 선거를 냉소의 대상으로 만드는 이런 행태를 제어할 제도 보완도 이번 선거가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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