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정책 변곡점 될 것" 주택 공약 주목한 표심

입력
2021.04.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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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여의도·상계동·목동 노후주택 밀집지
거주환경 개선·집값 안정화가 후보 선택 기준

"이번 선거가 서울 지역 부동산 정책 변화의 시작점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다수는 부동산 공약이 후보 선택의 중요한 참고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시내 대표적 노후주택 밀집 지역에선 지역 개발 가능성을 표심 결정의 우선순위에 놓는 모습이 뚜렷했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광진구 자양동 등 선거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후보지로 자주 언급된 선거구의 투표율은 오후 2시 기준 40%대 중반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은 투표 참여도를 보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부동산세 감면, 노후단지 개발 촉진, 35층 층고제한 해제 등을 공통적으로 약속했다.

"50년 넘은 아파트인데" 주거환경 개선 여망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아파트 투표소에 7일 오전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유지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아파트 투표소에 7일 오전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유지 기자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투표소는 출근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유권자 대기 줄이 길었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시범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2017년 재건축조합을 설립했지만 이후 수 년 동안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아파트 주민 차모(69)씨는 투표를 마친 뒤 "서울시에 정비계획을 요구해왔는데 계속 승인이 안 돼 움직일 수가 없다"며 "다른 지역에선 30년 된 아파트도 재건축하겠다는 공약이 나와 주민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 부동산 정책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인사업자 한모(38)씨는 "재건축은 30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여서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살 사람들은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어떻게 충당할지가 후보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인근 여의도 더샵파크아일랜드 투표소에도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윤모(34)씨는 "신축 분양, 재개발 규제를 풀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동산 공약을 가장 중점에 두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김모(61)씨는 이번 보궐선거로 뽑힐 시장의 임기가 1년 정도에 불과한 점을 지적하면서 "서울시 부동산 시장 안정이 급선무인데 짧은 임기 동안 정쟁만 하다가 끝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표심의 복판에도 부동산 정책이 있었다. 목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신모(77)씨는 "주거 환경이 안 좋아 재건축·재개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추진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투표한 조모(69)씨는 "1주택으로 20년 살았고 다른 곳에 갈 것도 아닌데 집값이 너무 올라 보유세 부담이 크다"며 "시장 원리에 맡기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는 시장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남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무주택자 유모(37)씨는 "갑작스러운 시장 부재를 딛고 안정감 있게 서울시를 끌어 나가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부동산 거품부터 가라앉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역 막론하고 부동산 정책 주목

서울 강서구 화곡8동주민센터 투표소에 7일 오전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있다. 이유지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8동주민센터 투표소에 7일 오전부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있다. 이유지 기자

박영선 후보가 12년간 국회의원을 지낸 구로구. 점심시간 가리봉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홍모(57)씨는 "가리봉동에 30년을 살면서 숱한 재개발·재건축 추진 소식을 들었지만 실제 이뤄진 건 없다"며 "이제는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가리봉동은 박 후보와 오 후보가 지역 도시재생사업 지연 책임 소재를 두고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인 곳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정책은 강북 지역 유권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가리봉동 주민 김모(36)씨는 "주택 문제 관련 공약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투표했다"며 "두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 공약을 냈는데 누가 당선되든지 잘 실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종합사회복지관 투표소를 찾은 박모(46)씨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동네라서 누가 더 노원구에 도움이 될 후보인지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도봉구민회관에서 투표한 박모(72)씨는 "낙후 지역을 발전시켜 강남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기는 강남 지역도 다를 바 없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김모(50)씨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요구하는 것은 집값 욕심 때문이 아니라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29)씨는 "새 시장 임기가 1년뿐인 만큼 부동산 문제를 우선적으로 바로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윤한슬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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