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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지만 진정성부터 확인해야"… 신중한 韓기업

입력
2021.04.08 04:40
16면

<22> 韓-호찌민, 스마트시티 '동상이몽'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지난달 25일 베트남 호찌민 1군 렉스호텔에서 진행된 '호찌민시와 한국기업의 대화' 행사에서 원석희(가운데) CJ제일제당 식품 아시아·태평양·유럽 총괄본부장이 호찌민 인민위원회에 현지 사업 애로 사항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주호 삼성 베트남 복합단지장, 원 부사장, 곽원 롯데호텔 사이공 총지배인.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지난달 25일 베트남 호찌민 1군 렉스호텔에서 진행된 '호찌민시와 한국기업의 대화' 행사에서 원석희(가운데) CJ제일제당 식품 아시아·태평양·유럽 총괄본부장이 호찌민 인민위원회에 현지 사업 애로 사항을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주호 삼성 베트남 복합단지장, 원 부사장, 곽원 롯데호텔 사이공 총지배인. 호찌민=정재호 특파원

호찌민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스마트시티 사업 투자에 신중하다. 중앙정부의 강한 의지, 경쟁 국가의 부진, 사업 발전 가능성 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사업 주체인 호찌민시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정부의 계획이 매우 밀도 있게 추진된다. 사전 논의와 조율에 꽤 긴 시간이 걸릴 뿐, 최종 확정만 되면 강력한 통제 아래 변수들을 철저히 차단한다. 그럼에도 공산당 특성상 지방의 자치권을 폭넓게 보장하다 보니 베트남에선 중앙과 지방이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결국 '최종 확정'의 마지막 관문은 중앙정부의 강한 의지를 지방정부가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느냐다.

17년째 호찌민에서 건설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A법인장은 7일 "과거 중앙정부가 추진한 신도시 프로젝트가 지방정부와의 이견 때문에 10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며 "중앙정부의 절실함은 2013년과 2017년 총리 결정문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된 만큼 이젠 호찌민시의 초기 사업 진행 태도를 확인할 시기"라고 밝혔다.

호찌민시는 "행동으로 답하겠다"는 입장이다. 응우옌탄퐁 인민위원장은 지난달 23일 "규제로 지연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합법적 방식으로 조기 재개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선별하라"고 일선에 지시했다. 이후 시는 관내 지연 프로젝트 92개를 모두 검토해 35개에 대해 '법률 요건' 충족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한국의 B사도 2019년부터 연기되고 있던 투자 건을 최근 승인받았다. 퐁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한국기업과 대화 행사를 마친 뒤 각 실무 국장에게 '지적받은 내용들의 처리 상황과 결과를 따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올해 대대적으로 바뀐 베트남 기업 관련법을 호찌민시가 얼마나 빨리 정착시키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개정투자법은 올해부터 6조 동(2,800억 원) 이상 현지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기존보다 50% 상향된 인센티브를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호찌민시는 아직 개정법 관련 세부 행정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당장 투자를 위해 행정정보 변경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호찌민 진출 1세대’로 불리는 한 부동산 투자사업가는 "한국기업 몇몇의 민원을 해결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통과 행정절차 전반에 대한 개선 노력을 해야 스마트 사업 투자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며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국 기업은 신뢰 구축 없는 이벤트엔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호찌민시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부터 상ㆍ하반기 두 차례 한국 기업과 정례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호찌민=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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