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코로나로 학교 문 닫자... '일터·강제 결혼' 내몰리는 아이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아프가니스탄 소녀 카트마(15)가 다니던 수도 카불의 학교는 문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졌기 때문이다. 확산세가 진정되면 학교로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그저 꿈이었다. 아버지는 강제로 동네의 나이 많은 농부와 결혼하게 했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던 카트마의 배움은 그렇게 끝났다.
학교와 생이별한 아이들은 카트마뿐이 아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이 3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아직 8억명의 학생이 등교를 못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정점이던 지난해 4월(16억명)과 비교하면 절반이나 줄었다. 문제는 남겨진 이들 대부분이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를 가지 않아 강제노동과 조혼 등 학대에 가까운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학교 문이 닫힌 후 전한 저개발국의 아동인권 침해 실태는 다양하다. 우선 아이들은 아침부터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우간다 어린이들은 흙 벽돌 작업장으로 출근하고, 인도네시아 시골 아이는 벼농사에 투입된다. 초등학생에겐 고된 노동이지만, 푼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부모들은 자식을 돈벌이에 거리낌없이 이용한다. 이 재앙이 끝나도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날지는 알 수 없다. 감염병 여파로 가정의 경제 사정이 더욱 안 좋아져 학업을 중단하고 계속 돈을 벌어야 할지 모른다.
여자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낮다. 조혼 풍습이 남아있는 일부 국가에서 지참금을 받고 딸을 결혼시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제니퍼 무어헤드 레바논 세이브더칠드런 대표는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 결혼을 강요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우간다 보건당국 관계자도 “학교 문을 열어도 결혼이나 임신으로 여학생 절반 정도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방치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범죄조직’으로 흘러 들어갈 확률도 높아졌다. 유니세프는 특히 학교 미복귀 학생이 1억1,400만명에 이르는 남미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카인 원료가 되는 코카나무가 중남미에서만 자라기에 이들이 재배 농장에서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게다가 농장 관리는 지역 마약 카르텔이 장악해 어린 나이에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일 수도 있다.
최선의 해결책은 가급적 빨리 학교 문을 다시 여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ㆍ청소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위에서 밀려 언제쯤 수업이 재개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세계은행(WB)은 코로나19로 지구촌 아이들이 잃은 교육 기회 비용이 10조달러(1경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