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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외면한 여야, 선관위만 탓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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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선, 무능, 내로남불 등의 용어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투표 독려 현수막에 쓸 수 없도록 했다며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선관위가 여당선거관리위원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앞서 여성 단체들이 제작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현수막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허가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여권에 불리한 문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선관위는 그러나 ‘거짓말하는 후보’ 등 친여 단체의 표현도 제한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 논란은 선관위의 유권 해석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극히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공직선거법 90조와 93조는 법에 규정된 것 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화환, 현수막, 벽보, 인쇄물, 사진 등을 금지하는데,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에서 일일이 열거한 방식 외의 선거운동은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선거 현수막만 해도 후보자가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 이내에서만 게시할 수 있으나 시민단체 등은 달 수 없다. 반면 투표 독려 현수막의 경우는 숫자 제한이 없으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문구는 담을 수 없다. 이 같은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투표 독려 현수막에서 문구 시비가 계속되는 것이다.
선관위도 공직선거법 90조와 93조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2013년에는 개정 의견, 2016년에는 아예 폐지 의견까지 냈다. 하지만 이 조항을 제대로 바꾸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국회다. 이번 논란은 이 같은 독소 조항을 내버려둔 국회의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선관위도 민주당 지지를 연상케 하는 TBS(교통방송)의 ‘일(1) 합시다’ 캠페인에 대해선 선거운동으로 판단하지 않아 여권 편향 논란을 자초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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