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 박영선 SOS에… 정의당 "염치없다" 단박에 거절

입력
2021.04.05 17: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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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4ㆍ7 재·보궐선거 지원 요청을 단박에 거절했다. 지난해 21대 국회 시작 이후, 젠더와 노동 등 정의당이 중요시한 가치를 민주당이 사실상 외면했다는 게 정의당의 거절 이유다. 이번 선거를 두고 어려움을 겪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악재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5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박 후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해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킨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전날 인터넷 언론사 기자간담회에서 "내 마음 같아선 심상정 의원 같은 분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화도 했다"고 말해 심 의원 지지를 원했는데 이를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이 주요 개혁과제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득권화됐다는 게 정의당의 비판 지점이다. 지난 1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 사업장 기준이 완화되면서 정의당과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차별금지법 제정,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건 수습 과정에서도 각을 세워 왔다.

정의당의 냉랭한 분위기에는 민주당의 ‘변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직전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늘리기 위한 선거제개혁안을 무력화했다. 여 대표도 이날 “박 후보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은 1년 전 총선 당시 기만적인 위성 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가로막았다”며 “국민의힘과 기득권 정치 동맹을 공고히 했던 민주당이 그 어떤 반성도 사과도 없이 지금에서야 도와달라니 이게 무슨 염치없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뿐 아니라 진보성향 소수정당들도 민주당에 거리를 두고 있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진보당, 녹색당은 지난 2일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에서 “이제 적대적 공생 관계로 맺어진 기득권 동맹과 결별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대국민 성명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정당과 시민의 연대를 호소한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뿌리친 셈이 됐다.

열세 국면 만회를 위해 진보진영 ‘결집’이 필수적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정의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거대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결코 대안이 아니라는 게 정의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민주당도 정의당의 입장을 알면서 일부 마음이 흔들리는 정의당 지지자를 겨냥해 연대 메시지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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