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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일일 확진 첫 10만 넘어... 빨간불 켜진 '글로벌 백신 공급'

입력
2021.04.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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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 생산 물량 65% 수출... 100개국 수혜
확산세 커지고 접종률 낮아 자국 공급 불가피
인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도국 타격 막대

인도 구지라트주 아마다바드의 보건의료 종사자가 4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아마다바드=AP 연합뉴스

인도 구지라트주 아마다바드의 보건의료 종사자가 4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아마다바드=AP 연합뉴스

균등한 백신 공급 달성에 계속 악재가 쌓이고 있다. ‘세계의 백신 공장’ 인도의 일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기면서 수출에 단단히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인도산 물량만 바라보는 개발도상국들에 타격이 커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 보건부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만3,844명. 코로나19 발병 이후 10만명을 넘긴 건 처음이다. 최대 도시 뭄바이가 속한 마하슈트라주(州)에서만 절반 이상인 5만7,000여명의 환자가 나왔다. 주 당국은 주말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5일부턴 쇼핑몰ㆍ술집의 영업도 제한하기로 했지만 확산세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대유행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인도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백신 수출 제한 조치도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다. 인도는 현재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자체 개발한 코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은 대부분 수출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인도의 백신 수출량은 2월 26일 1,100만회분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락해 지난달 26일엔 338만회분에 그쳤다. 인도의 접종률(4.76%)이 낮은 편이라 감염 확산을 억제하려면 자국 내 백신 공급을 대폭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수출 물량이 쪼그라들면 여파가 상당하다. 이 나라는 전 세계 백신의 약 13%를 생산한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은 네 번째지만, 생산량의 65% 이상을 수출한다. 사실상 백신 수출을 금지하는 미국이나 물량을 거의 다 역내에서 소비하는 EU와 대조적이다. 생산 백신의 60%를 해외에 내다 파는 중국 백신은 안전성 등을 문제 삼아 꺼리는 국가가 많다. 반면 인도 백신을 받는 나라는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영국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는 지난달 5일 기준 인도가 11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약 100개국에 공급했다고 분석했다. 인도가 수출을 중단하면 지구촌의 코로나19 방역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난한 나라들이 특히 걱정된다. 저개발국과 개도국 대다수는 국제 백신공동구매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는데, 코백스는 80%가 넘는 물량을 인도에서 공급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인도의 수출 제한 방침이 공개되자 “코백스를 통한 백신 수급이 염려된다”고 밝혔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은 “인도의 수출 제한이 지속될 경우 예방접종 일정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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